“인터넷에 접속한 사람들 중에서 선생님이 VIP고객으로 당첨됐습니다. 사은품을 보내기 위해 신용도 조사를 해야 하니 신용카드 번호를 가르쳐주세요.”
얼마 후 박씨는 할인권업체 회원에 가입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이미 자신도 모르게 신용카드에서 30만원이 결제돼 나간 뒤였다.
‘추첨에 뽑혀 경품을 받게 됐다’거나 ‘간단한 앙케트에 응해달라’며 주의를 끈 뒤 각종 물품을 떠넘기는 상술이 기승을 부리면서 이들에게 속아 카드번호 등을 알려주고 피해를 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특별고객으로 당첨됐다’며 물품구매를 강요하는 사례가 올들어 74건이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배 이상 늘어났다”고 23일 밝혔다.
또 사은행사 대상 고객으로 뽑혔다거나 기업홍보를 위해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며 접근한 뒤 물품을 떠안겨 피해를 본 사례도 각각 45건과 181건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자들 가운데는 10대가 전체 181건의 51.9%를 차지, 대부분 “부모 동의가 없는 미성년자 계약은 무효”라는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 물품값이나 위약금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악덕상술에 이용되는 품목은 어학교재 잡지 학습지 등 각종 도서가 절반(49.6%)을 차지했으며 할인회원권 화장품 등도 빈번히 이용됐다.
소보원 관계자는 “일단 구입의사가 없음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물품이 배달되었을 때는 계약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청약 철회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