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스물의 아가씨가 팝애호가 모임에 갔다가 운명적인 남자를 만난다.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한 그 남자는 팝저널리스트로 일찌기 이름을 날린 이양일씨로 17년연상에 결혼한 전력이 있었다.
이윽고 충북 영동의 산골짜기,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에 보금자리를 튼다. 척박한 황무지를 개간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았다. 그결과 '조용한 아침의 목장'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한때는 소값 파동으로 경제적 어려움도 단단히 겪었다. 그녀의 남편은 환갑이 다된 나이지만 카우보이 부츠와 청바지를 즐겨입는다.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않은 이들 부부의 인생관을 보자.
그들은 너무 행복하게 산 것이 다른 사람에게 미안하다고까지 말한다.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가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조화로운 삶'이란 '소리없는 양서'가 떠오르는 건 너무 당연하다. '한국판 니어링부부'인 이들에게 누군들 감동하지 않을 것이며 누군들 박수를 아낄 것인가. 오로지 부러울 따름.
이 책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살아온 그녀의 빛나는 일상을 기록한 자전 에세이다. 여자의 진정한 행복은 오지의 투박한 삶속에서도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전하는 게 이 책을 펴낸 목적이라고 한다. 그녀의 편편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부드러운 목소리로 시를 낭송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전원풍경이 한편의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고 냉정한 현실이다.
스무해 남짓 오지에서 겪었던 일들을 과장하지 않고 진솔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실어, 판에 박힌 도회지생활에 길들은 속물들을 쭈볏하게 만든다.
귀농을 꿈꾸는 자, 농촌에 대한 향수를 여전히 간직한 자들은
모름지기 이 책을 훌훌 넘기지 못하리라.
최영록<동아닷컴 기자> yr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