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추천 새책]'근대 일본의 두 얼굴:니시다 철학'

  • 입력 2000년 5월 25일 15시 18분


▼'근대 일본의 두 얼굴:니시다 철학' 허우성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547쪽 2만원▼

20세기 일본이 배출한 가장 탁월한 철학자의 한 사람으로 일본 내외에서 널리 인정받아온 니시다 기타로(西田畿多郞, 1870~1945). 그러나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잔혹한 일제통치와 극성스러웠던 친일파의 악행에 대한 반발 심리가 학문의 세계를 좁혀놓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각 나라, 각 민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목적으로 출범한 '서남 동양학술 총서'는 이제는 일본을 차분히 바라보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서 7권째 책으로 니시다의 철학을 종합적으로 다룬 이 책을 선정했다. 지은이는 서울대철학과를 나와 미국 하와이대학에서 니시다 연구로 철학박사를 받았으며 현재 경희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니시다는 메이지유신이 단행되면서 고교가 관립학교로 개편되자 "천하의 학교가 천황의 학교가 되었다"며 자퇴할만큼 자유주의에 대한 열망이 강한 청년이었다. 도쿄제국대 철학과를 나와 중고교 교사를 거치며 10년간 철학공부와 선(禪)수행을 하며 내면의 세계를 통찰한 끝에 독특한 생명사상에 도달했다. 이후 니혼대학강사를 거쳐 1910년부터 교토제국대교수로 근무했다. 동생의 전사, 이혼과 재결합, 자식 8명중 5명과의 사별 등 인생의 비극을 겪으며 '생명과 논리'를 화두로 동양의 불교전통과 서양의 베르그송 철학을 융합해 독특한 역사철학 체계를 만들어갔다.

그는 사랑이 없으면 이해할 수 없고 이해가 없으면 사랑할 수도 없다는 지애(知愛)일치설을 주장했다. 그러나 대공아공영권 등 일본제국주의의 논리를 옹호하는 정치인식의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조헌주<동아일보 국제부기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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