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 클리닉]남들 앞에선 양같은 아내?

  • 입력 2000년 5월 25일 19시 59분


▼문 ▼

결혼생활 6년째인 직장인입니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데 요즘 아내의 짜증이 늘었습니다. 저에게 노골적으로 거친 행동을 하고 심지어 욕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도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순한 모습을 보일 수가 없습니다. 어떤 때는 아내의 이중성에 질려 싫어지는 순간이 많습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답 ▼

부부상담을 할 때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다른 사람들은 다 나를 좋게 평가하는데 내 아내만은, 혹은 내 남편만은 날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그만큼 자신이 배우자에게 제대로 남편 노릇, 아내 노릇을 못한다는 걸 인정하는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인간관계란 상호적인 것이고, 부부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내 평가와 행동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방이 나를 믿어주고 배려해주면 나 역시 선한 면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렇지 못하면 어두운 면, 즉 그림자를 보여주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질문하신 분은 아내가 거친 행동을 보이고 짜증을 낸다고 화를 내기보다는 먼저 남편으로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군요. 동시에 ‘배우자란 내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비춰주는 거울이다’라는 말을 한번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그런 연후에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곧 그동안 상대방이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깨닫고 서로를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내의 이중성을 문제삼으셨는데, 사람은 누구나 이중적인 면을 갖고 있습니다. 아니, 다중적이라고 해야 더 맞는 표현일 것 같군요. 하지만 그것 역시 누군가를 비추는 다면적인 거울의 역할을 하는 건 아닐까요?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비추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뿐이지요.

양창순(양창순신경정신과 원장)www.mind-op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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