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로마 문학 기행'/문학과 여행 로마서 만나다

  • 입력 2000년 5월 26일 19시 49분


‘어떠한 가슴도 그 아름다움을 포착하지 못할 것이며/ 어떤 목소리도 그를 찬양하는 데 모자랄 것이네/ 무기와 법의 어머니인 그대 로마여/ 그대의 명령은 온 세상으로 울려 퍼지고/ 그대의 법은 온 세상의 법칙으로 작용하는구나’(클라우디아누스, ‘집정관 스틸리코에 부쳐’)

그리스 문명을 받아들여 대제국다운 보편성을 부여하고 찬란한 문화를 만개시킨 로마. 키케로 베르길리우스 호라티우스 등 수많은 문인이 제각기 화려한 문학세계를 꽃피웠다.

원제는 ‘로마제국시대 이탈리아의 문학여행 가이드’. 로마시(市) 보다 크고 로마제국보다는 작은 이탈리아반도의 강역(彊域)이 책의 무대다. 14개의 장에서 연대순으로 로마 대표문인들의 삶을 좆으며 그들의 체취가 담긴 도시와 평원을 찾아 나선다. 시인 호라티우스의 장에서 저자는 문화예술의 후원자 마에케나스가 마련해준 사비느 산맥 근처의 작은 영지로 독자를 인도한다. ‘분수를 지키는 중용의 삶’을 늘 강조해온 호라티우스에게 이곳은 작은 축복이자 도시의 번잡한 삶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피신처와도 같다. 독자는 이곳에서 우화 ‘서울 쥐 시골 쥐’의 유래를 만나게 된다. 위험한 삶을 피해 시골로 돌아가려 짐을 싸는 시골쥐의 모습은 바로 호라티우스 자신을 빗댄 것.

오페라 팬이라면 베르디 ‘리골레토’ 에 나오는 유명 아리아 ‘여자의 마음’이 베르길리우스의 금언에서 내용을 딴 것임을 알고 반가와하게 될 것이다. ‘여인의 마음이란/ 얼마나 변덕스러운가’. ‘리골레토’의 무대인 만토바는 베르길리우스의 고향이자 지금도 기념비에 그의 영광을 새기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교통편 등 구체정보는 제공하고 있지 않으므로 고전문학 여행을 위한 실용 안내서로 보기는 힘들다. 여행 안내서라기보다는 오비디우스의 시에서 괴테 ‘이탈리아 여행기’의 인용문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수준높은 인문 교양서로 마음편히 읽을 만하다. 박종대 옮김. 480쪽 1만2000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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