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앞에 앉아 화면에 나타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부처. 백남준 예술의 백미로 꼽히는 1968년작 ‘TV부처’다. 동양 종교와 명상의 상징인 부처와 20세기 테크놀로지의 총아인 TV의 만남을 형상화작 작품이다.
그 발상이 우연이든 그렇지 않든 이것은 백남준 예술에 있어 대단히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여기엔 백남준의 삶과 예술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것의 만남, 동양과 서양의 만남, 인간과 기계의 만남, 충돌과 조화의 미학, 도전과 실험정신, 우연성 속의 삶과 예술 등.
이 책은 백남준 삶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로, 독자와 백남준을 이어주는 통로가 될 것이다.
“백남준은 예술가 이전에 자유인이었다. 그 자유가 가져다 준 선물은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누려보지 못한, 거칠 것 없는 표현과 상상력의 원동력이 되었다.”
저자는 백남준의 전기적인 흐름을 따라 그 원동력을 찾아간다. 그러나 백남준의 일상 모습 속에서 원동력을 찾아내는 대목이 흥미롭고 눈길을 끈다. 백남준의 코믹하고 초라한 행색, 괴팍한 행동, 위트와 아이러니로 가득한 화법 등이 어떻게 그의 예술과 연결되는 지.
저자에 따르면 어눌하고 거칠고 코믹한 백남준 특유의 화법은 상대방을 자신의 관심 영역으로 끌어 들이고 나아가 하나의 예술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이는 백남준의 예술세계와 일맥상통한다. 규정된 틀로부터의 일탈, 예술과 예술 아닌 것의 구분 해체, 자유에 대한 갈망,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예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백남준 예술의 출발점이었던 1960년대의 플럭서스 예술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것은 하나의 고정되고 완결된 예술이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예술을 의미한다.
그렇게 해서 도달한 결론. 백남준 예술은 늘 현재 진행형이다. 318쪽,1만2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