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의 세계에서 비인기 종목인 다큐멘터리로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이 MBC TV의 '성공시대' 아닐까?
기업인, 문학인 등 직종에 무관하게 그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사람들의 다큐멘터리가 그토록 인기를 누리는 비결은 참 이해하기 힘들다. 얼핏 생각할 때, 성공한 사람이야기를 한두번 들어보면 그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는 원칙과 방법이 금방 포착이 될 텐데, 유별나게도 '성공시대'는 인물의 성공비결을 모두 차별화하고 있다.
연세대 명예교수이자 I&C연구소 소장인 이기열박사의 신간 '내가 간 길은 내가 처음 간 길이었다'를 보면 그 궁금증은 금방 해소된다.
지난해 '안방에서 노다지 캐낸 농어촌 벤처사업가 30인'이라는 책을 펴낸 저자는 '서울 벤처밸리'를 선점하고 있는 기업인들이 사업아이템을 정해 회사를 설립하고 사업을 이끌어가는 동안 필연적으로 겪은 고난과 좌절에 대해 진솔하게 그렸다.
'내가 간 길은…'에 등장하는 21명의 기업가 이야기가 지루하지않은 것은 바로 그들 개개인의 남다른 고난과 좌절에 있기 때문이다.
남한강에 차를 몰고 뛰어들었던 김성현(넥스텔)사장, 소주 한 병과 수면제를 챙겨들고 청계산을 올랐던 정문술(미래산업)사장, 그들은 희망보다 절망으로 많은 세월을 보냈음을 이 책은 증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책상머리에서 쓰여진 책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각 기업을 탐방, 발로 써 내려간 글이기 때문에 생생한 현장감과 읽을 거리가 가득 씹힌다.
따옴표가 많은 것은 현장의 목소리 속에서 영감과 교훈을 영상화할 수 있게 하려는 저자의 속셈인 듯 하다.
특히 이 책에 실린 21개 벤처기업의 대부분은 '시장'을 화려하게 수놓은 기업이자 누구나 탐내는 주식투자대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상장-등록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에 목마른 주식투자자들에게 소중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최건일/동아닷컴 기자 gaegoo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