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라 시승기]에어컨 튼채 언덕길도 "거뜬"

  • 입력 2000년 5월 30일 20시 00분


준중형차 시장의 인기 모델인 대우 라노스Ⅱ에 기아의 스펙트라와 현대의 아반떼XD가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해 선보인 라노스Ⅱ의 신선미가 차츰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스펙트라와 아반떼XD가 불꽃 튀는 맞대결을 벌일 전망. 두 모델 모두 준중형급으로 분류됐지만 중형차 수준의 편의 장치를 대폭 채택했다. 스펙트라를 출고 전에 미리 타봤다.

▼접이식 센터콘솔 편안▼

▽화려한 디자인〓시승차로 나온 모델은 스펙트라 1.5Di MR. 연한 금색의 보디 컬러와 기아차의 파란색 엠블렘이 어울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보닛과 트렁크 부분은 물론 네 바퀴에까지 엠블렘이 붙어있다. ‘단단하고 실속있는 차’로 어필했던 기아는 현대에 넘어간 뒤 디자인에도 신경을 쓰는 눈치.

운전석에 앉았다. 1.5 모델에서 옵션으로 채택된 가죽 시트와 나뭇결 무늬의 센터패널이 중형차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접이식 센터콘솔 팔걸이대는 달릴 때 안정적으로 팔을 받쳐주면서 다양한 수납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오디오 재떨이 등도 조작하기 쉬운 곳에 배치됐다. 아반떼XD는 이름은 아반떼지만 차체를 완전히 바꾼 ‘풀 체인지’ 모델. 전체적으로 둥그스름하던 디자인은 그랜저XG와 베르나로 이어지는 ‘뉴에지’ 스타일로 바뀌어 날카로운 느낌을 준다. 둥근 이미지만 놓고 보면 오히려 스펙트라가 기존의 아반떼와 더 닮았다.

▼변속 늦게 이뤄지는 느낌▼

▽운전성능〓차창 밖에 푸른 어둠이 내릴 무렵 스펙트라를 몰고 올림픽대로에 들어섰다. 낮에 파란 색으로 보이던 계기판이 완전히 검은 색으로 바뀌고 숫자와 바늘에만 불이 들어온다.

길바닥의 충격이 전해지는 감이나 약간 가벼운 듯한 느낌이나, 전체적으로 달리는 분위기가 이전 모델인 세피아와 비슷하다. 앞차를 추월하며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이상하다. 밟는 만큼 제대로 가속이 안되고 변속이 늦게 이뤄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계기판을 보니 분당 엔진회전수(RPM)는 4000까지 올라가 있다. 속도는 시속 80㎞. 잠시 뜸을 들인 후 변속이 이뤄졌다. 다만 에어컨을 틀어놓고 언덕길을 올라도 별로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힘은 좋아졌다.

브레이크는 눈에 띄게 나아진 부분. 속도를 높였다가 급정거를 해도 별로 부담이 없다. 기아측 말대로라면 시속 100㎞일 때 제동거리가 43.7m로 혼다 시빅(44.8m)이나 도요타 코롤라(45m)보다 더 짧다.

엔진 소음이 맘에 걸린다. 고속으로 가면 귀에 거슬릴 정도. 기아측에선 시승차가 양산 모델이 아니라 시승용으로 급히 만들어진 차량이기 때문이라는 설명. 이에 비해 지난달에 시승했던 아반떼XD는 엔진 소음면에선 탁월했다. 이미 시동이 걸려있는 줄도 모르고 다시 키를 돌리는 실수를 할 정도였다.

▼1.5 디럭스 760만원선▼

▽가격〓자동차 메이커들은 후속 모델을 내놓을 때 대부분 사이즈를 늘리고 편의 시설도 대폭 보강한다. 그러다보니 급이 같아도 차값은 계속 오른다. 아반떼XD 2.0 모델은 편의시설을 모두 갖추면 약 1700만원이 넘어 상위 모델인 EF쏘나타 2.0 풀옵션 차량(1600만원대)보다 오히려 비싸다. 스펙트라도 세피아에 비해 최대 132만원까지 올랐지만 아반떼XD에 비하면 50만∼100만원 정도 싸다. 1.5 디럭스 760만원, 1.5 JR 805만원, 1.5 MR 855만원, 1.8 SR 950만원.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