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TM’은 실력으로 보나 입지로 보나 정상의 ‘하드코어’ 밴드. 하버드대 출신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36), 보컬 잭 드 라 로차(30), 드러머 브래드 윌크(32), 베이시스트 팀 코머포드로 구성된 4인조인 이들은 92년 밴드 이름을 딴 첫 앨범으로 단번에 메탈과 힙합을 결합시킨 ‘하드코어’를 록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이들의 랩은 차라리 선동이다. 소수인종과 노동자를 억압하는 ‘기계(머신)’ 같은 자본주의에 통렬한 주먹을 날린다. 2집의 제목 ‘사악한 제국’도 바로 미국을 지칭한 것이다.
‘RATM’이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는 톰 모렐로가 있어서다.그는 기타로 로켓소리나 공룡울음 등 온갖 소리를 빚어낼 수 있는 ‘기타의 천재’로 통한다. 모렐로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내한공연 준비상황 등을 알아봤다.
―작년 공연이 무산된 후 한국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는데.
“지난번 방한 땐 어찌나 쉴 새 없이 비가 내렸던지 기억나는 것이라곤 폭우 뿐이다. 너무 아쉬웠다. 이번에 훌륭한 무대를 보여주겠다.”
―한국에 팬이 많지만 언어장벽 때문에 가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게다가 각국에서 공연했던 경험으로 보자면 비영어권 청중들이 우리를 훨씬 잘 이해한다. 우리는 웅변이나 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말콤 X’ 같은 선동가가 아니다. 할 말이 있지만 그 이전에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적 위치를 사랑한다. 결국 우리는 음악가들이다.”
―자본주의를 비판하지만 대형 음반사의 엄청난 마케팅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자본주의 체제를 조작하는 자들은 타인을 착취한다. 그래서 반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은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작년에 출연했던 ‘우드스탁 99 페스티벌’에선 방화 등 사고가 많았는데, 하드코어 음악이 폭력성을 분출시킨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하드코어 밴드 때문에 청중이 폭력적으로 변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에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그저 우리 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했을 뿐이다. 청중이 분노한 것은 행사장이 너무 덥고 물도 부족했고 모든 것이 비쌌기 때문이다.”
―베이스와 기타가 동시에 같은 리프(반복악절)를 연주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다른 하드코어 밴드들은 다양한 노이즈(소음)를 한데 모으길 좋아하지만 우리는 깨끗한 소리를 내고 싶기 때문에 베이스와 기타가 같은 리프를 연주하게 한다. 그래야 드럼이나 잭의 보컬이 확실하게 들린다.”
―사운드 면에서 더 시험할 영역이 남았는가.
“솔 리듬에 관심있다. 노이즈가 강한 기타 사운드도 여전히 좋다. 하지만 다음 앨범은 우리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줄 것이다.”
그는 “한국 공연에서 3집 앨범 수록곡과 1, 2집의 히트곡을 2시간가량 선보이기 위해 맹연습 중”이라고 말했다. 21일 오후8시 단 1회 공연. 3만∼6만원. 1588―7890
<김명남기자> star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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