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경쟁상대는 여성’인가? 자매가 있거나, 여성 동료가 드문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라면, 이 질문에 100% 아니라고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오랜 세월, 남성의 선택에 따라 운명이 달라져온 탓에 여성에게는 은연 중 같은 여성을 경쟁자로 보는 버릇이 있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셰어 하이트는 이 책에서 자매와 직장에서 여성의 관계 뿐 아니라 어머니와 딸,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인 레즈비언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어떻게 서로 관계맺고 의식하게 되는지를 분석한다.
예컨대 아들은 아버지에게서 성적인 성장을 자연스럽게 배우지만 대개의 딸은 어머니로부터 그런 걸 배우지 못한다. 왜? 저자는 어머니와 딸 사이의 성적인 터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여성의 최고 원형인 성모 마리아가 성적 감정없이 예수를 낳았다고 여겨지는 문화에서 어머니는 섹스를 통해 출산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 딸 앞에서 ‘치욕’ 또는 ‘수줍음’을 느끼게 된다는 것. 다른 여성 앞에서 육체적, 심리적으로 자기 자신을 감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성적인 터부가 다른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저자의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후반부에 접어들어 저자의 논리는 다소 당혹스러울만큼 급진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신체적 애정은 반드시 이성관계에서만 가능한가 등의 문제 제기는 생각해볼만한 것이지만, 여자친구와 신체적 애정을 나눌 때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주장과 여성이 스스로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일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의아스럽다. 250쪽. 7500원.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