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마당을 나온 암탉'/"닭장을 떠나 자유 세계로"

  • 입력 2000년 6월 9일 19시 03분


▼'마당을 나온 암탉' / 황선미 글, 김환영 그림 / 사계절▼

이 장편동화의 주인공은 ‘잎싹’이라는 이름의 암탉. 잎싹의 소망은 스스로 알을 품어 병아리의 탄생을 직접 지켜보는 것이다. 그러나 닭장 안에 갇혀 사는 잎싹으로서는 어림도 없는 일. 알을 낳으면 곧바로 주인이 가져가버리고 그럴 때마다 잎싹의 가슴은 무너져 내린다. 심지어 껍데기가 여물지 않은 알을 낳기라도 하면 주인은 그걸 집어 던져 버리곤 한다. 언제 알을 품어 볼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날, 주인이 다가와 철조망 문을 열고 잎싹을 마당으로 끌어냈다. ‘아 드디어 마당이라는 자유의 세계로 나가는구나. 이제 알을 품어볼 수 있겠지.’ 마당의 아카시아나무 잎사귀가 예뻐 보여 이름도 잎싹이라 지었던 것인데….

하지만 주인의 손에 끌려간 곳은 닭 오리 등을 버리는 헛간이었다. 밤이 되면 족제비가 와서 닭과 오리를 잡아 먹는 곳.

두려움에 떨던 잎싹은 천만다행으로 나그네 청둥오리에 의해 구출된다. 마당으로 돌아온 잎싹. 아카시아 나뭇잎은 싱그러웠지만 잎싹의 마음은 우울하기만 했다. 마당은 더 이상 자유의 공간이 아니라 두려움의 공간이었다. 어디론지 떠나고 싶었다. 정처없이 들판으로 향하려 할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외마디 비명 소리. 자신을 구해준 청둥오리 소리 같았다.

그러나 두려웠다. 그래도 그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청둥오리는 없고 푸른 빛이 감도는 알 하나가 외롭게 놓여 있었다. 청둥오리의 알이었다. 어미 청둥오리는 먹이를 구하러 갔고…. 감싸주지 않으면 곧 죽을 것만 같았다.

잠깐 동안의 망설임. 그러나 마음을 먹었다. ‘어미가 돌아올 때까지만이라도 내가 저 알을 품어 줘야지. 비록 내가 낳은 알은 아니지만 내가 그렇게 바라던 일 아닌가. ’

잎싹은 소중히 청둥오리 알을 가슴에 품었고….

초등학생이 읽으면 좋을 장편동화다. 사랑과 생명의 소중함, 어려움을 헤치고 자신의 소망을 실천하려는 의지 등이 아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시원스런 터치에 담백한 색채의 수채화가 감동의 깊이를 더해준다. 200쪽, 7000원.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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