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프랑스에서는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전범들은 체포되는데 왜 전세계적으로 8000만∼9000만명의 희생자를 낸 공산독재자들의 범죄는 묵인되는가라는 질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동구 공산권의 독재자 상당수가 유태인이었기 때문이라는 작은 목소리도 들린다.
‘사회주의 유토피아의 생존에 관한 시론’이라는 부제를 단 장 프랑스와 르벨의 최신작 대열병식(La grande Parade)은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후에도 유럽에서 사회주의 사상이 팽배하는 원인의 진상을 파헤친 책. 지난 2월 출판 후 현재까지 줄곧 베스트셀러 목록의 최상위를 지키고 있다.
티벳 승려가 된 아들 마티유 리카르와의 대담형식으로 쓰여진 철학책, ‘승려와 철학자’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저자는 1924년생으로 파리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철학교수를 지냈다. 공산주의가 유행하던 시대 자유주의를 고집한 철학자 레이몽 아롱의 후계자로 알려져 있는 그는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나는가?’(1983) ‘쓸모없는 지식’(1988) ‘왜 철학자인가’(1997)들을 펴냈다.
르벨은 동유럽 붕괴 이후 공산주의자들이 더 이상 공산주의를 옹호할 수 없게 되자 자유주의적 가치관을 흠집내는 데 거의 전투에 가까운 시위를 벌인다고 주장한다. ‘대 열병식’은 이를 빗댄 표현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국수주의자나 극우파로 취급하며 모든 매체를 이용해 그들의 평판을 떨어뜨리는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태도를 ‘지적 테러’라고 부르며 이는 “자신의 잘못을 충분히 아는 사람들이 비판자의 반발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논리로 반박하는 대신 인신을 공격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옛 소련 중국 캄보디아 베트남 이디오피아와 쿠바 등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저지른 범죄가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적 테러’의 기승 때문에 나치 전범이 처벌받는 것과는 달리 공산독재자들은 여전히 사면되고 있다고 고발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결국 공산주의의 적은 파시즘이 아니라 사고의 자유를 존중하는 민주주의라고 역설하는 것이다.
이 책과 더불어 공산주의에 가담한 프랑스 지식인들의 전체주의적 태도를 비판한 장 세빌리아의 ‘지적 테러, 1945년부터 오늘날까지’도 프랑스인들의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이는 프랑스에서 일고 있는 새로운 사고의 물결을 반영하는 것임이 분명하다.조혜영(프랑스 국립종교연구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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