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韓―佛서 각광받는 황영석, 동시 초대전

  • 입력 2000년 6월 14일 19시 33분


황소같은 사람. 강원 철원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50여년간 화업의 뿌리를 내렸지만 국내 보다 파리와 런던에서 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 육순의 나이에도 하루 10시간 이상을 작업실에서 붓과 씨름하는 대학부총장(조선대).

화가 황영성이 프랑스 남부 생 레미의 반 고흐 현대미술관(5월 27일∼7월 23일)과 서울 종로구 사간동 현대미술관(6월 13일∼25일)에서 동시에 초대전을 가지면서 안팎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파리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의 생 레미는 천재화가 반 고흐가 정신병 치료를 의해 머물던 남불(南佛)의 전원도시로 화가들의 순례가 끊이지 않는 곳. 그는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이곳에서 초대전을 갖고 있다.

앞서 파리의 팔레 데 콩그르미술관 등 프랑스에서 열린 5차례의 개인전과 영국의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의 헨리 무어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알루미늄 뒷면에 드로잉을 한 후 못으로 하나하나 때려가며 다양한 형상을 볼륨감 있게 표현한 스텐실 부조 작품과 70년대부터 발표해 온 ‘가족’ 시리즈 등 50여점을 선보였다.

갤러리현대전시회에는 캔버스에 아크릴 또는 유채로 그린 근작 ‘가족’시리즈와 알미늄 스텐실 작품 등 40여점을 냈다. ‘가족’ 시리즈에는 물고기 황소 새 집 나뭇잎 등 어릴적 그가 고향 ‘다래우물(월정리)’에서 보고 듣고 체험했던 것 들이 세련된 색채감각과 정감있는 형상들로 압축 생략돼 모눈종이처럼 분할된 캔버스를 메우고 있다. 그 안에는 6·25 때 전염병으로 세상을 떠난 그의 모친과 폭격으로 사망한 부친의 모습도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

프랑스의 저명 미술평론가이자 르 몽드지에 미술담당 기자인 필립 다장은 “황영성은 토착적 전통을 계승하거나 유행을 추종하지 않는다. 많은 예술가들이 그들의 명성과 위치 때문에 더 이상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있는 순간에 그는 새로운 작품을 가지고 도전을 한다. 이것이 그를 계속 주목해야할 충분한 이유다”고 평했다.

<오명철기자>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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