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최태지와 둘러본 아름다운 식탁展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41분


“우리 어머니도 내가 시집갈 때 나 어렸을 적부터 모아뒀던 예쁜 그릇들을 혼수로 싸주셨어요. 친정이 일본이라 모두 일본그릇들이었지만 여기 전시된 그릇들과 비슷한 것도 많네요.”

주로 도자기를 활용한 상차림이지만 그렇다고 전통에만 집착한 것은 아니다. 주부들이 실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도록 클래식한 분위기 뿐 아니라 엘레강스 캐주얼 모던한 분위기가 곁들여졌다. 그래서 값비싼 ‘작품’ 외에 저렴한 백자와 은그릇 유리제품 철그릇도 많이 나와있다.

청혼상은 보기만 해도 로맨틱한 기분이 든다. 남자가 자신의 사무실에 직접 저녁상을 차리고 여자에게 청혼하는 스토리.

미리 주문한 꽃장식을 식탁 가운데 놓고 라면스파게티와 샐러드 마늘빵 와인 등으로 식탁을 차렸다. 식기는 사발 물잔 빵접시 정도. 와인잔은 사무실에서 이용하는 투명한 유리컵으로 대신하고 컵받침으로는 디스켓을 이용했다.

최단장은 우연히 비행기에서 만난 장래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의 소개로 1984년 1월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리고 이틀만에 용인 한국민속촌에서 청혼을 받았다.

“남편도 좀더 ‘준비’했더라면 이렇게 낭만적인 추억이 있었을텐데. 너무 추웠고 호수는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는 기억밖에 없거든요.”

양가의 상견례에는 은은한 꽃문양의 분청사기 그릇세트와 은기로 밝고 정중한 분위기를 연출. 혼인잔치상은 가족과 친지들이 기쁨을 나누는 자리.

최단장은 ‘그릇들의 연극’을 보며 자신의 신혼시절을 떠올렸다.

“이렇게 준비되고 격식있는 문화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었지 뭐예요.”

그는 85년 미국유학시절 지나가던 사람을 증인으로 세우고 작은 교회에서 즉흥적으로 결혼식을 올렸었다.

집들이에는 젊은층이 선호하는 젠스타일의 검은빛 철요로 만든 사각과 원형의 커다란 접시, 작은 앞접시들이 뷔페식 상차림으로 선보였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시댁에서 맞는 첫아침. 시부모님상의 그릇은 예단으로 가져온 반상기를 이용. 매트는 모시조각보를 깔고 시부모님 오른쪽에는 앞접시를 하나씩 놓았다.

결혼후 처음 맞는 시아버지 생신상에는 청자와 은기를 이용해 중후한 분위기를 냈다. 특히 조선시대 임금이 사용하던 술잔인 계영배를 꺼내놓았는데 8부이상 따르면 술이 잔밑의 주전자로 흘러내리도록 만들어졌다. 이 대목에서 광주요의 조태권이사장은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자기로 연출한 다양한 상차림을 보면서 주부들이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가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만났던 시절의 남편을 떠올려보고 새삼 결혼생활의 기쁨을 느껴보면 더 좋겠지요.”

전시는 24일까지 계속된다. 입장료 3000원. 02-3446-4800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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