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하의 피폐한 서울. 망국의 치욕에 주먹을 부르쥐는 사람들. 고종의 죽음과 3·1운동. 만주벌판 독립군의 치열한 무장투쟁….
21세기 독서가의 시공간에 녹여넣기는 너무 질기고 단단한 소재들인가. 그러나 소설가 김양호의 신작 장편소설은 예상을 뛰어넘듯 시종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일제시대 반도와 만주를 오가는 거대한 공간이 있고, 아름다우면서도 심지굳은 여인과 독립운동가의 사랑이 있으며, 통쾌한 액션과 전투장면이 있다.
운선과 영하는 죽마고우. 그러나 둘이 걸어가는 행로는 정반대. 운선은 3·1운동의 와중에 일경을 살해한 뒤 만주로 들어가 독립군이 된다. 영하는 일본제국의 장교가 돼 운선과 조우하게 된다. 운선을 찾아 단신 만주로 길떠나는 채련의 노정은 소설의 다른 축을 이룬다.
소설의 ‘맛깔’에는 1910년대 서울 난전거리의 묘사나 기방의 생생한 입말(口語)등 작가의 세밀한 취재에 힘입은 생생한 묘사가 큰 몫을 한다. 청산리대첩의 선구가 된 봉오동 전투를 치밀한 고증에 따라 재현한 것 역시 작품의 작지 않은 성과로 꼽을 만 하다.
소설의 제목은 ‘사랑이여 영원히’다. ‘사랑’ ‘영원’ 이라는 말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책의 개성을 바로 짚어 보여주지 못하는 제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에듀북스 펴냄.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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