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8세 이전의 조기유학 얘기다. 미국 뉴욕대의대 교수를 지낸 뒤 뉴욕에서 36년간 정신과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김병석 박사가 최근 일시귀국해 ‘조기유학 잘못가면 내 아이 폐인된다’(베스트셀러사 간)는 지침서를 펴냈다. ‘조기 유학의 성공률은 5%미만’이라는 것이 내용의 핵심.
“한국에서 ‘평범한’ 학생들이라면 미국가서 백이면 백 생기는게 열등의식입니다. 언어면 언어, 피부면 피부, 보이는 모든 것에서 자신감이 꺾이기 마련이니까요.”
그는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난 한국학생들을 △한국적인 것만 고집하는 전통파 △미국사회에 완전히 동화하려는 과격파 △한미간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려는 절충파 등 세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그러나 어느 유형에 속해도 감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100% 적응하기는 무리라는 소견이다.
무리하게 한국사회의 자부심만을 내세우는 전통파는 급우들의 철저한 무관심에 정서적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 과격파는 미국인들이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을 자기주장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좌절에 빠진다.
절충파 역시 미국문화와 한국문화를 일정한 기준없이 받아들이면서 갈등과 죄의식을 갖는 일이 많다는게 김박사의 지적. 이로 인한 정서적 불안은 스트레스 불면증 식욕감퇴의 형태로 나타나며 오래 계속되면 정신분열증 우울증 조울증 등의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물론 조기유학이 성공적일 수도 있다. 그의 임상경험에 따르면 △국내학교에서 5%안에 드는 상위권 학생들이 좋은 환경의 우수한 사립학교에 진학할 경우나 △목표와 성과수준이 비교적 명확한 음악 미술 체육 등의 특기 학교로 진학하는 경우.
김박사는 “두 경우가 아니라면 확고부동한 가치관을 지닌 부모가 옆에서 버팀목이 되주어야 한다”며 무작정 조기유학 열기에 경종을 울렸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