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라 바야데어(La Bayadere)’.
‘라 바야데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 또는 직업 댄서를 의미한다. 니키야와 솔라의 사랑과 갈등, 꿈 속에서의 극적인 해후가 그려진다.
이 작품은 1877년 러시아의 천재적인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에 의해 초연됐다. 원작은 4막7장이지만 이번 무대는 3막5장으로 펼쳐진다. 특히 왕의 흉계로 독사에 물려죽은 니키야와 그녀가 죽고서야 진실한 사랑을 깨닫는 솔라가 꿈속에서 만나는 4막의 ‘망령들의 왕국’은 독립된 작품으로 자주 무대에 오르고 있다.
러시아의 볼쇼이와 키로프 발레단에 의해 공연됐던 이 작품은 1960년대 망명 이전 키로프의 주역이었던 루돌프 누레예프와 나탈리아 마카로바가 각각 런던과 뉴욕 무대에서 선보이면서 서구에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이번 무대는 이른바 ‘키로프 버전’. 극적인 과장이 많은 ‘마카로바’ 버전에 비해 원작에 충실하다는 평가. 키로프 발레단에서 22년간 예술감독을 지냈고 현재 유니버설 발레단의 예술감독인 올레그 비노그라도프의 영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라 바야데어’는 극적인 스토리 라인으로 버전에 관계없이 뛰어난 연기력이 요구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니키아역의 전은선은 “‘백조의 호수’가 테크닉이 필수라면 이 작품은 섬세한 감정표현이 생명”이라며 “사랑과 배신, 죽음으로 이어지는 슬픈 니키야의 운명을 몸짓과 표정으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희 임혜경 등 이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들이 니키아역에 트리플 캐스팅됐으며 황재원 권혁구와 루마니아 출신의 드라고스 미할차가 솔라로 출연한다.
온몸을 황금빛으로 장식한 황금신상의 춤, 32명의 여성무용수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군무와 이들을 배경으로 한 니키야와 솔라의 2인무 등이 압권이다.
지난해 이 발레단의 창단 15주년 기념작품으로 국내에 초연됐으며 당시 제작비가 7억원을 웃돌 정도로 대형 작품이다. 29일까지 7시반. 1만∼5만원. 02-2204-1041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섬세한 감정표현 담은 연기가 감상포인트"▼
유니버설 발레단의 예술감독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김혜식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장은 그를 볼쇼이와 쌍벽을 이루는 키로프 발레단의 예술감독을 22년이나 지낸, 세계 발레계에서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거장 중의 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라 바야데어’의 감상 포인트는 무엇일까.
“이 작품은 춤의 기량 뿐 아니라 연기적인 측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용수가 섬세하게 감정의 변화를 담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망령들의 왕국’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고전발레의 대명사인 ‘백조의 호수’중 유명한 호숫가 장면이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32명의 무용수가 등장하는 군무에서 얼마나 절제된 통일성이 있는가도 눈여겨봐야 한다. 황금신상의 춤, 물동이춤 등 다양한 춤의 경연과 현실 비현실을 오가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즐겨야 한다.”
비노그라도프(유니버설 발레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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