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사는 것도 아닌데 평생 골골하며 살거야? ”
지난해 폐경을 경험한 서명희씨(53·가명·서울 마포구 서교동)는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곧잘 갱년기 증상을 치료하는 호르몬대체요법(HRT)에 대해 얘기한다.
미군장교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서진규씨(52)도 저서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에서 이 치료법을 언급했다. “40대 후반에 벌써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 의욕도 식욕도 잃었다. 그런데 호르몬대체요법을 쓴 지 한달이 지나자 나는 다시 꿈틀거리는 의욕을 느꼈다”고.
▼갱년기 장애
“지난해 폐경과 함께 갱년기 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고 땀이 나고 다리가 아팠어요. ”
서명희씨의 경험담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허리의 통증. 생리통도 아니고 신경통 같지도 않는 고통이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일을 조금만 많이 해도, 아니 조금만 오래 누워있어도 참기 힘든 고통이 몰려왔다. 물리치료나 침을 맞아도 그때만 시원할 뿐.
친구의 소개로 병원을 찾았다. 처방은 호르몬대체요법.
“매일 약을 먹고 몸에 물약을 발랐어요. 두달정도 지나자 효과가 나타나는데, 글쎄 허리통증이 없어지고 기분이 한결 좋아지더라구요.”
▼호르몬 대체요법
폐경기 여성의 약 70%는 이같은 신체적 혹은 정신적 갱년기 증상을 겪는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뛰며 땀이 나고 불면에 시달리는데 이같은 증상이 1∼2년간 지속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증상이다.
호르몬 대체요법은 몸안에 부족한 여성호르몬을 외부에서 보충받는 치료법. 단기적으로는 갱년기 증상을 없애고 장기적으로는 골다공증과 심장질환을 예방해준다.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여성건강 클리닉 강병문교수는 “급격한 호르몬의 감소로 생기는 변화에 신체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라며 “암 유발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있으나 누구도 단언할 수 없으며 비교적 안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들어 우리나라에서도 호르몬요법을 받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래도 아직 10% 미만. 구미에서는 20∼30% 정도다. 그러나 의사 등 의료전문가와 그 배우자의 경우 80% 이상이 치료를 받는다는 보고가 나와 있다.
▼G레이디의 건강
갱년기를 무사히 넘기더라도 2∼3년이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다가오는 병들이 더 큰 문제. 에스트로겐의 만성결핍이 원인이다. 골다공증과 심혈관 질환의 발병. 또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불편한 요실금, 눈이 뻑뻑한 안구건조증 근육통 기억력 감퇴 등등.
산부인과 전문의 박금자씨는 “호르몬요법은 ‘나이들면 의레 생기는’ 이같은 질병에서 벗어나 폐경기 이후 20년이상을 젊은날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년전부터 호르몬치료를 받고 있는 이민경씨(66·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경우.
“폐경과 동시에 치료를 받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요. 치료를 받기 전엔 골다공증으로 손이며 다리 관절이 아파 고생했거든요. 일단 아프지 않으니까 살 것 같아요. 주위사람들한테도 무조건 권하고 있어요.”
이씨는 3개월에 한번씩 산부인과 진료를 받고 호르몬 약을 받아온다. 한달 약값은 1만5000원 정도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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