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칼럼]홍성원 '남과 북' 23년만에 개작

  • 입력 2000년 6월 23일 19시 08분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있는 지금의 긴장된 준전시 체제로는 얼마간의 표현상의 제약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자유로운 글쓰기를 가장 큰 즐거움으로 아는 작가에게 이러한 외부의 제약은 참을 수 없는 불만이며 고통이다.’

작가 홍성원이 1977년 6·25를 소재로 한 대하 장편소설 ‘남과 북’ 서두에 쓴 말. 6·25 50주년인 2000년, 그가 평생의 소망이었던 이 작품의 개작을 완료해 6권의 새 책으로 내놓았다.

개작의 초점은 남쪽 인물에 상응하는 비중과 품격을 북쪽 인물들에 부여하는 데 맞춰졌다. 혁명의 이상 앞에서 부끄럼 없고자 노력한 인민군 중좌 문정길의 등장은 침략군에게도 자신의 목표에 투철한 ‘진정성’이 있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원작에서 포악한 인물로만 그려졌던 ‘학렬’도 자신의 확신에 따라 혁명과업을 용감하게 수행하는 인물로 모습을 바꾼다.

작가는 “인간이 꿈꾸는 이상이란 실행 과정중 변질을 겪게 되고, 현실과의 타협 속에서 궤도수정이 불가피하게 된다. 이번에 새롭게 등장하는 주인공은 그 허방의 틈새 속에서 꿈을 잃지 않으려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인물이다”라고 책 서두의 ‘보완과 개작에 대한 짧은 해명’에서 밝혔다. 문학과지성사 펴냄.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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