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매장 '空']일상에 향기뿌리는 파격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구석구석, 정말 드라마틱하게 꾸며져 있네요. 연극을 하는 나도 그동안 너무 상식적인 공간에서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 만큼.”

배우 박정자씨가 하는 말이다. 연극인이 보기에도 드라마틱한 곳, 그래서 “뭔가 새로운, 상식을 깨는 라이프스타일을 배웠다”고 하는 곳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자리잡은 라이프스타일 제안매장 ‘공(空)’이다.

라이프스타일 제안매장이란 나만의 스타일을 찾는 감각파 주부들을 위해 구두에서 머리핀까지, 접시에서 소파까지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모든 것을 한 공간에서 파는 매장. 1990년대 중반이후 패션과 음식문화를 이끌어온 청담동에 속속 생겨나 일상의 패션화, 문화화를 주도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4월말 문을 연 ‘공’은 빈공간처럼 여유있되 ‘옛과 오늘’‘서양과 동양’의 어울림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2층 단독주택을 개조한 현관을 들어서면 계단 왼쪽엔 향초 향받침 차 문구류 휴지통에서 쌀과 숯까지, 뒤편엔 서미홈 컬렉션의 그릇들이 갖춰져 있다.2층으로 통하는 계단 하나하나엔 베트남 그릇과 바구니가 얌전히 앉아 손님을 기다린다. 오른쪽으로는 ‘홈퍼니싱의 피카소’라는 미국 래리 라슬로의 소파 의자 테이블과 쿠션, 국내 건축가 및 인테리어 작가 김개천 최정화 등의 가구가 자리하고 있다. 미니멀하면서도 동양적인 젠 스타일.

안쪽 깊숙이 들어가면 인테리어 디자이너 홍현주의 조명과 가구코너도 만날 수 있다. 홍현주의 퓨전인테리어는 요즘 한창 유행하는 동서고금의 합일 스타일. 가장 한국적인 재료들이 유럽풍 생활도구와 소품으로 다가온다.

됫박에 시계바늘이 달리면 벽시계가 되고 된장이 담겨있던 항아리에 크리스탈장식을 달면 허전한 구석을 빛내는 화려한 오브제가 된다. 시골집의 떨어진 문짝에 거울을 달면 접이거울 혹은 장식겸용 파티션이다.

큐레이터 전명옥씨는 “꼭 상품을 사지 않더라도 일상의 공간도 예술이 가미된 공간으로 꾸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는다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2층엔 의(衣)가 담겼다. 쌈지의 구두브랜드 ‘니마’의 제품들을 비롯해 입체재단으로 실루엣이 딱 떨어지는 임선옥, 같은 옷은 만들지 않는 펑키스타일의 원지혜, 민화를 핸드프린팅으로 면티에 옮기는 홍은주 등 디자이너 3명의 개성있는 의상을 살 수 있다. 식(食)의 공간은 지하1층과 1층 마당에 있다. 바 ‘2nd 아시아’(02-3446-6025)와 야외 ‘키친’. 술이나 중국의 연잎차, 일본의 첨차를 마시며 담백한 딤섬을 안주로 먹을 수 있는 곳.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연다. 1만원 안팎.

야외계단을 올라 나무마당이 있는 1층에 올라서면 간단히 샌드위치나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야외 ‘키친’이 있다. 5000∼1만원.

월∼토요일엔 오후2시부터 5시까지 ‘생활 역학’상담을 해주는 것도 ‘공’의 재미. 집안에 들어가는 물건, 가구 배치가 우리 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역학자가 얘기해준다.

패션업체 쌈지가 운영한다. 월∼토 정오∼오후9시 일 정오∼오후8시. 주차 신용카드 가능.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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