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추천 새책]'장미의 기억'

  • 입력 2000년 6월 27일 15시 17분


▼'장미의 기억' 콩쉬엘로 드 생텍쥐페리 지음/김선겸 옮김/창해 펴냄/344쪽 9000원▼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두가지에 대해 놀란다. 하나는 위대한 행동주의 작가이자 비행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의 부인이 이 책을 썼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어린 왕자'에 나오는 '투덜쟁이 장미'가 바로 그 부인이라는 것.

그는 조국을 위해 전쟁터로 떠나면서 '어린 왕자의 장미' 콩쉬엘로에게 말했다. "내 사랑 울지마오. 우리 앞에 펼쳐질 미지의 세계는 아름답다오. 네게 당신의 손수건을 주오. 그 위에 '어린 왕자'의 후속편을 쓰리다. 당신은 이제 더이상 가시가 있는 장미가 아니라오. 언제나 어린 왕자를 기다리는 꿈의 공주라오"

동화속의 어린왕자는 "나는 내장미에게 책임이 있다"며 기어이 소혹성으로 탈출한다.

세상에 아주 비밀은 없는가? 생텍쥐페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여인'까지 공개된다. 얼마전엔 바다 깊숙이에서 그가 탄 마지막 전투기를 발견했다던가. 신화 이면에 숨겨져 있는 생텍쥐페리의 진실은? 그녀와의 우연한 첫만남, 2m에 가까운 장신인 그가 비행기안에서 그녀에게 어린아이처럼 떼쓰며 강요하던 입맞춤, 그리고 100페이지에 걸친 러브레터, 그녀를 환대하지 않았던 그의 가족들, 끊이지 않는 남편의 사고소식과 병원에서 그를 간호하면서 가슴 졸이던 나날들, 목숨을 건 잦은 비행과 방황, 그뒤에 언제나 그녀가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평생동안 그에게 엄청난 영감을 준 존재였기 때문.

그러고도 그는 늘 투정이었다. "콩쉬엘로, 사랑의 외투로 나를 덮어주오"라며. 이후 그는 자신의 장미에 대해 배은망덕했던 것을 후회한다.

"나는 그때 너무 어려서 사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녀도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당신과 같이 있을 수도 없고, 당신없이는 살 수 없다니…" "위대한 작가의 아내가 된다는 것은 하나의 성직"이라고.

신화뒤에 숨겨져 있던 그들의 삶과 사랑, 그 진실을 만나보자.

최영록<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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