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박물관은 최근 전북 진안군 용담댐 수몰지구 청동기 유적에서 지석묘의 덮개돌(상석·上石 혹은 개석·蓋石)을 옮겼던 흔적이 남아있는 길을 발견했다. 국내에선 처음 확인된 것이었다.
한반도의 지석묘는 대략 기원전 5,6세기경부터 기원 전후 무렵 사이에 축조된 것들. 수천년전 그 무거운 돌을 옮기는 데는 과연 몇 명이 동원됐을까.
고대 이집트의 사료에는 람세스 4세 때 약 60t 무게의 석조물을 옮기는데 90명의 남자가 동원됐다는 내용이 나온다. 서양 고고학자들의 연구와 실험에 따르면 열지어 놓은 둥근 통나무 위에 약 1t 무게의 돌을 올려 놓고 옮기는 데에는 약 10명의 성인 남자가 필요하다.
지석묘가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전북 고창의 경우, 바둑판식(남방식) 지석묘의 덮개돌은 평균 50∼150t.길이 5∼6m, 폭 4∼5m, 두께 3∼4m 정도. 고창 운곡리의 21호 지석묘는 약 297t. 1t에 10명이 필요하니, 2970명의 인력이 동원됐을 것이다. 모두 젊은 남자였을 것이다.
당시 가구당 5명이 거주했다고 가정하면, 이 지역엔 최소한 1만5000명이 살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무덤에 묻힌 사람은 적어도 2970명의 인력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경제력과 그들을 사회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정치력을 갖춘 사람이었을 것이다.(유태용 한양대박물관 연구원).
한반도는 지석묘의 세계적인 보고다. 2만9000여기의 지석묘가 있다. 이것은 세계 지석묘 수의 60%에 달한다. 그래서 올 12월, 고창과 전남 화순, 인천 강화의 지석묘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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