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저기 도깨비가 간다'

  • 입력 2000년 6월 30일 20시 48분


▼'저기 도깨비가 간다' 김종대 지음/ 다른세상/229쪽 9000원▼

도깨비. 누구나 알 것 같지만 실은 잘 모르는 것이 도깨비다.

도깨비 전문 민속학자인 저자가 각종 사료와 전설 민속 등을 통해 도깨비의 실체를 흥미롭게 소개한 책이다.

도깨비는 ‘돗’과 ‘아비’가 합쳐서 만들어진 말. ‘돗’은 불이나 곡식의 씨앗을, ‘아비’는 아버지나 남자를 말한다. 옛날 농경사회에 도깨비는 불이나 곡식 씨앗처럼 부를 늘릴 수 있는 존재 혹은 그러한 능력을 일컫는 말에서 비롯됐다. 도깨비는 희망을 가져다주고 동시에 해를 끼치기도 하는 이중적인 존재다.

도깨비는 씨름을 좋아한다. 남자들이 씨름을 좋아했다는 점으로 보아 도깨비 역시 남성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여러 사료나 구전 이야기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람이 도깨비를 만나 씨름을 하는 곳은 대개 고갯마루이고 시간대는 한밤이다. 술을 먹었거나 고기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 주로 도깨비를 만나 씨름을 했다.

도깨비는 왜 씨름을 좋아할까. 남자들이 씨름을 통해 힘자랑을 하듯, 도깨비 역시 자신이 힘이 제일 세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씨름을 한다. 또한 도깨비가 우리 민족의 심성과 일치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씨름의 결과는 항상 사람의 승리다. 도깨비가 사람에게 진다는 것은 도깨비가 인간적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도깨비는 또 여자를 좋아한다. 제주도에서 전승되어 오는 영감놀이를 보면

도깨비는 천하의 호색꾼이다. 특히 과부를 좋아한다. 도깨비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남녀간의 결합을 통한 음양의 조화를 추구하려했던 옛사람들의 심성이 반영된 것이다.

이 책은 도깨비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교정해준다. 혹부리 영감은 일본 민담에서 나왔다는 사실, 뿔 달린 도깨비는 우리 도깨비가 아니라 일본의 귀신이라는 점 등등. 229쪽, 9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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