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자크 란츠만 소설 '히말라야의 아들'

  • 입력 2000년 6월 30일 20시 48분


▼'히말라야의 아들' 자크 란츠만 지음/세계사▼

지혜란 무엇인가. 손에 잡힐 듯 뻔한 원인과 결과만을 합리로 인정하는 것이 지혜인가. 그런 현대적 지혜가 우리의 생을 ‘창살안의 삶’으로 옥죄고 있지는 않은가. 동양의 명상적 삶을 대안으로 제시한 ‘답안’은 이미 무수히 올려져 있다.

프랑스 작가 자크 란츠만의 장편소설 ‘히말라야의 아들’(세계사)도 히말라야 셰르파족의 지혜를 통해 삶의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는 작품. 그러나 소설이 들려주는 목소리는 ‘명상서’류에서 흔히 듣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작가는 서구적 가치를 ‘부정’하는 대신, 소유 사랑 인식에 관한 셰르파족의 전혀 다른 의식을 우리의 고정관념에 비추면서 조심스레 새로운 삶의 인식을 열어간다.

알렉상드르는 고등학교 교사로 소시민적 삶을 영위하는 인물. 히말라야로 이집트로 떠돌아다니며 모험가적 삶을 살아온 형 장이 총격사건에 희생되자마자 그의 아들이 히말라야의 남체에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형의 유골을 히말라야에 뿌리고 생면부지의 조카도 만날 겸 길을 떠난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의 모습을 형과 혼동하자 자기도 모르게 죽은 형의 존재가 자신 위에 덧씌우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히말라야에서 만난 형의 아내 카미와 조카 히마 마저도 자기를 ‘장’으로 알고 반기자 그는 자연스럽게 장의 역할을 대행한다. 열 살짜리 ‘아들’ 히마가 가르쳐주는 자연과 공존의 지혜를 배우며 그는 새 삶 속에 뛰어든다.

번역자 김정란(시인·상지대 교수)은 “작품에서 서구 남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오리엔탈리즘’적 경향을 배제할 수 없지만, 동양문명을 현실적 시작으로 바라보며 자본주의 문명에 대한 대안을 찾아보려는 진지한 노력은 평가할 만 하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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