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세습'파문 충현-광림교회 2세 목사 결단내려야

  • 입력 2000년 7월 3일 19시 09분


지난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으로부터 교회 세습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받은 서울 강남의 충현교회와 광림교회는 2일 주일예배에서 외견상 평온한 모습을 유지했다.

충현교회 김성관 목사는 이날 맥추감사주일을 맞아 2,3,5부 예배의 설교자로 나서 ‘생명의 양식’이란 제목으로 설교를 하고 성찬식을 주재했다. 김선도 목사가 터키 안디옥에서 아직 귀국하지 않은 광림교회는 아들인 김정근 부목사가 4부예배와 저녁예배의 설교자로 나서 예배를 드렸다. 둘 다 교회 세습에 관련된 얘기는 한마디로 입에 올리지 않았다.

충현교회에는 여전히 장로교회의 신실함이 살아있었고 광림교회에는 감리교회 특유의 신앙적 열정이 넘쳤다.

충현교회로 향하는 힘든 언덕길을 올라 말없이 교회로 향하는 나이 지긋한 교인들을 바라보면서 김창인 목사를 비롯한 전임 목회자들이 닦아온 기반이 얼마나 든든한 것인가를 생각해봤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이 목사의 설교에 대해 보여주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면서 이 교회의 미래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걱정을 했다.

광림교회 김정근 목사는 아버지 못지 않는 열성적인 설교자였다. 청년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만큼 감각도 신세대적이었다. 하지만 아버지 세대에는 아버지 세대에 맞는 교회가 있고 그의 세대에는 그의 세대에 맞는 교회가 있다. 아버지 교회를 이어받아 안주하는 것은 새로운 세대의 신앙적 요구에 부응하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

김창인 목사나 김선도 목사는 남다른 벤처적인 정신으로 이 땅에 세계적인 교회를 세웠다. 따라서 후계자인 두 아들 목사에게 진정 필요한 것도 부친이 세운 큰 교회를 ‘수성(守成)’ 하는 것 보다 전(前)세대의 벤처 정신을 이어받아 자신의 교회를 ‘개척(開拓)’ 하는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은 이미 세습 2세 목사들에게 건너왔다고 봐야할 것이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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