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시 기타무라 글, 그림 / 베틀북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생 니콜라스라고 합니다. 으흠, 이 동화의 주인공이죠.
오늘도 늦잠을 잤어요. 엄마 손에 이끌려 부랴부랴 학교로 달려 갔지요.
그런데 제가 아직도 집에 있는 거에요. 얼굴을 만졌더니 수염이 손에 닿았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곧장 욕실로 달려가 거울을 보았지요. 우리집 고양이 레오나르도가 저를 빤히 쳐다보는 거예요. 아니 분명 난데, 어떻게 내가 고양이가 될 수 있다는 거지.
곰곰 생각해 보았어요. 지난밤 창문을 타고 넘어온 뾰족모자 할머니가 중얼거렸던 알 수 없는 말이 떠올랐어요. 혹시 마녀의 주문에….
에이 모르겠다. 잠이나 한 숨 자야지. 자고 나니 마음이 좀 가벼워졌어요. 잘 생각해보니 좋은 점도 있더라구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죠, 책상 장식장에 올라가 놀아도 되죠. 신이 났습니다. 그렇게 막 놀고 있는데 엄마가 와서 날 밖으로 던져버렸어요. 집 밖에선 옆집 개한테 얻어 맞기도 했어요. 인생은 고양이에게도 고달픈 건가봐요.
집에 오니 학교에서 돌아온 ‘나’가 고양이집 문으로 들어가려고 애쓰는 것 아니겠어요. 아니 이 아이가 정말 나 니콜라스인지, 아니면 고양이 레오나르도인지.
그 아이는 방에 들어오더니 계속 이상한 짓을 했어요. 자기 몸을 벅벅 긁고, 운동화를 물어 뜯고, 빨랫감을 물어 옮기고…. 어느덧 밤이 됐고 그 아이도 저도 모두 잠이 들었어요.
밤이 깊어지자 그 뾰족모자 할머니가 다시 창문을 넘어 들어왔어요. 그리곤 “미안하다. 내가 주소를 잘못 알았지 뭐냐” 하면서 가버리는 것 아니겠어요.
다음날, 학교 가라는 엄마의 목소리. 아,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온 거에요. 이럴 때 어른들은 천만다행이라고 하지요. 저는 즐겁게 학교에 갔어요. 그런데, 담임선생님이 교탁 위에 올라가 계시더라구요. 선생님은 몸을 마구 긁고 와이셔츠를 핥고…. 으하하, 선생님이 마법에 걸린 거였어요.
자 그럼, 안녕히 계세요.
일본에서 잘 나가는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가 낸 초등학교 저학년용 그림동화. 이야기 풀어나가는 솜씨가 돋보인다. 또렷한 색감과 선처리, 살아있는 인물표정의 일러스트레이션 역시 매력적. 조소정 옮김. 32쪽, 7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