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삼성병원 '사이버분향소' 설치

  • 입력 2000년 7월 7일 18시 58분


“태윤 보게. 아버님의 운명으로 몸도 마음도 무척 힘들 텐데 몸조리 잘하게. 이번 7월말 귀국하거든 바로 찾아가겠네.”

부친상으로 서울 강북삼성병원에 빈소를 차린 상주 오태윤(吳泰潤·39)씨에게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고교 친구 최상호씨가 컴퓨터로 보낸 ‘사이버 문상’의 일부분이다.

해외나 지방 등 멀리 떨어져 있어 직접 조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해 ‘사이버 조문’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최근 문을 연 이 병원의 사이버 장례식장(www.kbsmc.co.kr)에는 △고인의 이름 △별세일자 △빈소 △상주를 비롯한 상제명 △장지 △발인일 등 조문객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수록돼 있다. 방문객들은 상주별로 마련된 방명록에 애도의 글을 남길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은행 계좌번호로 부의금을 전달할 수도 있다.

상제는 빈소 옆 수면실에 설치된 컴퓨터를 통해 ‘사이버 빈소’를 방문한 조문객을 맞는다. 문상객이 적은 시간에는 전화통화가 어려운 지인에게 E메일을 통해 부음을 전달할 수도 있다.

상주 오씨는 “경황이 없는 상주가 효과적으로 부고를 주변에 알리고 개인 사정으로 직접 빈소를 찾기 어려운 사람은 인터넷을 통해 조문할 수 있는 훌륭한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사이버 빈소’에는 상주가 고인에게 못 다한 말을 글로 올리는 경우도 있어 눈길을 끈다.

“아빠! 저, 한별이에요. 지금 심심하시죠? 전 지금 아빠가 보고 싶어요…. 지금 여러 사람들이 아빠를 위로해 주고 있어요. 하늘나라 가서 행복하시고요. 내가 얼마나 아빠를 사랑하는지 아시죠? 사랑해요!”

<이호갑기자>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