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에서는 모든 것을 세계화하자고 한다. 모든 것을 개방하고 국제수준에 맞추자고 한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민족의 정기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한다. 심지어는 중국교포나 북한주민도 업신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개방을 하든 우리 것을 지키든, 좀 제대로….’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사비나에서 열리고 있는 ‘기발한 상상력-포복절도’ 전시장 입구 풍경이다. 26일까지. 18세 이상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성인용’ 기획전으로 에로틱한 상상력과 촌철살인의 풍자가 관객을 즐겁게 해준다. 입장료 500원.
전시장에 들어서자 마자 남녀의 격렬한 신음소리가 들린다. 비디오를 통해 상영되는 ‘고인돌 중 수사반장’의 애니메이션(오돌또기작)에서 흘러나오는 ‘정치풍자 정사소음’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낸 야한 사진을 한데 묶어 벽면을 장식한 코너(익명의 네티즌 제공)도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결코 천박하지는 않다.
소녀가 소파에서 음란도서를 읽다 들킨 소녀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남자를 개로 의인화해 표현한 그림‘사춘기’(이흥덕작)와 한낮 오수에 빠진 채 오른손을 사타구니에 넣고 자는 사내와 이를 흘겨보는 개의 모습을 그린 작품 ‘낮잠’(최석운작)은 볼수록 웃음이 난다. 여성관객이 남자 친구의 성기와 가장 비슷한 모양의 조형물을 선택해 문신을 새기듯 글자를 각인한 대범한 작품 ‘My Boy’(김준작)도 마주치게 된다.
알루미늄 폐품을 이용한 불완전한 인체에 커다란 임금 ‘왕(王)’자를 새겨 ‘왕자병 환자’(이봉수작)를 묘사한 조각품과 속된 인간과 사회를 개가 배변하는 모습에 비유한 드로잉작품 ‘시원하군’(안창홍작)도 있다.
관람객 중에는 데이트족이 유난히 많다. 다들 즐거운 모습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개방적인 성의식을 엿볼 수 있다. 직장인들을 위해 수 토요일은 밤9시까지 야간개장한다. 개그맨 전유성과 이영재를 초대해 깜짝이벤트를 벌일 예정이지만 요일과 시간은 비밀이다. 화랑측은 “관람객들의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다”고 배짱이다. 02-736-4372
<오명철기자>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