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앞에 있는 접시가 도화지예요. 음식 재료를 가지고 마음대로 그림을 그려보세요.”
이 미술관이 지난달부터 둘째주 토요일에 개최하고 있는 ‘작가와 함께 하는 미술관〓놀이터!’프로그램. 설치미술가 정연두씨가 ‘요리를 할래? 그림을 그릴래?’를 진행하고 있다.
◇입술은 빨간 고추로 '쑥싹'
아이들은 선뜻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집에서 늘 “음식 갖고 장난치지 말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정씨가 시범을 보이자 아이들은 앞다퉈 재료를 날라 왔고 옆에 앉은 진짜 요리사에게 오이나 가지를 필요한 모양으로 깎아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음식 재료처럼 일상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소재로 미술 작업을 하는 것이야말로 창의성과 관찰력을 길러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죠.”
정씨의 설명.
‘얼굴’을 그린 김한빈(고일초등3년)은 빨간 고추로 된 입술 사이에 밀가루반죽으로 조그만 공 모양 여러 개를 만들어 나란히 붙이고는 몇개에 구멍을 뚫었다.
“이예요. 충치 때문에 이렇게 구멍이 생겼어요. 콜라를 너무 마셔서요.”
‘사실주의’ 꼬마 화가는 설명했다.
전지형(온곡초등1년)은 입술을 프랑크소시지로 만들었다. 정씨는 하나하나 그림을 들여다보면서 어떤 것이든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틀 깨고 상상력에 날개
어른들은 시금치로 촉촉이 젖은 숲을 표현할 수 있을까? 엄마는 마른 국수가 비 내리는 모습 같다고 상상이나 해봤을까?
“이 수채화 같은 작품 ‘비오는 날’을 봐주세요. 아이들의 상상력과 표현력이 어른들의 상상을 뛰어넘지 않습니까?”
아이들이 미술관투어를 하는 동안 정씨는 함께 온 엄마들에게 어린이들의 작업에 대한 평가를 들려주었다. 어른의 고정 관념에 어린이들을 가두지 말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11시엔 미취학 어린이 20명이 같은 강좌에 참여했다. 딸 지은이와 함께 온 정연주씨(32·서울 노원구 상계동)는 “미술학원은 틀에 맞춰 지도하기 때문에 미덥지 못하다”며 “딸에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미술에 대한 관심이나 미적 감각을 키워주고 싶어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기능보다 정서를 풍요롭게
그러나 ‘작가와 함께 하는 미술관’프로그램이 아이들의 그림 실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된 것은 아니다. 작가와 만나게 해주어 화가의 꿈을 갖도록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미술을 공부하든 하지 않든, 어려서부터 미술을 생활화하면서 미술 공간을 가깝게 느끼고 자라서도 더욱 풍요로운 삶을 즐기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기획자 이주연씨의 말.
선재서울아트센터 말고도 벽이 높아 보이는 미술에 아이들이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미술관이 참 많다. 방학을 맞아 미술이나 미술관에 가까이 가기 위해 프로그램을 마련한 사회교육단체도 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아이가 참가할 만한 미술 프로그램 | ||||
주최 | 위치(서울 02) | 프로그램 | 시간 | 대상(수강료) |
선재아트센터 | 종로구 소격동 733-949 | 작가와 함께 하는 미술관〓놀이터 | 둘째주 토요일 오전 11시, 오후 3시 |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2만원) |
성곡미술관 | 종로구 신문로 737-7650 | ‘현대미술 이렇게 본다’ 설명회, 초대작가 작품 설명회 | 8월20일까지, 15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2시 | 초중고교생(1000원) |
가나아트센터 | 종로구 평창동 720-1020 | 작가와 함께 그림그리기, 도자기만들기 | 27∼28일, 8월3∼4일, 10∼11일 | 초등학생(그림 3만5000원 도자기 4만원) |
김영사 | 종로구 종로1가 영풍문고 이벤트홀 745-4823 | 사진작가 조세현(중앙대교수)의 어린이 사진교실 | 27∼29일 | 초등학생(6만원) |
서울YMCA |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미술관등 723-6730 | 미술관 탐방 | 8월 16∼17일 | 초등학교 고학년생(2만원) |
삼성어린이박물관 | 송파구 신천동 423-4690 | 모래그림‘창의적 여름나기’ | 15일∼8월27일 낮12시, 오후 2,4시(일 월요일 쉼) | 4세 이상(1회 15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