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은지 일주일. 김씨의 목과 얼굴에는 붉은 반점이 생겨났다. 구토 전신무력감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의 증세도 계속됐다.
“처음 1,2개월간 몸이 아플 수 있다. 그렇다고 중단하면 무좀을 고칠 수 없다. 조그만 참고 3개월만 계속해서 먹으면 무좀이 완치될 수 있다.”
덜컥 겁이 나 전화를 건 김씨에게 약사가 한 말이다.
무좀을 고치겠다는 일념으로 아픔을 참고 다시 2개월분 약을 계속 먹었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눈이 노랗게 변했다. 그 때서야 병원을 찾은 김씨에게 ‘약물중독에 의한 급성 간염’이란 진단이 나왔다. 급히 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김씨는 결국 간성혼수로 사망하고 말았다.
그녀가 무좀의 특효약으로 알고 먹은 약은 케토코나졸 성분의 니조랄. 간독성이 강해 장기투약할 경우 1만∼1만5000명중 1명꼴로 급성 간염을 일으킨다. 간혹 급성 간부전증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병원에서 이 약을 처방할 때 2주에 1번씩 간기능검사를 한다. 문제는 약사가 김씨에게 간기능검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것. 결국 약사는 재판에 따라 김씨의 남편에게 1억여원을 배상했다.
전문의약품을 함부로 처방한 약사도 문제지만 약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국민들의 태도도 문제다. 불편의 대가로 귀중한 생명을 얻는 것이 의약분업이다. ‘처방은 약사, 조제는 약사’라는 의약분업이 조금만 더 일찍 시행됐더라면 김씨는 지금도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것이다. www.medcon.co.kr
신현호(의료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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