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효과가 좋은 주사를 놓아 드릴께요. 약기운이 독해 어지러울테니 빨리 집으로 돌아가 쉬세요.”
다음날 다시 병원을 찾아 고통을 호소하는 정씨에게 의사는 별다른 검진없이 또 주사(펜타조신 1㏄)를 놓았다. 의사는 위염증상이 악화돼 경련이 발생한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다. 정씨는 남편과 함께 병원 문을 나선지 3분도 안돼 사지가 마비되면서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정씨의 폐에는 광범위한 염증이 있었고 약물에 의한 과민성 쇼크사로 밝혀졌다.
펜타조신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뼈가 으스러진 환자 등 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사용될 만큼 강력한 진통효과가 있다. 반면 호흡중추신경계에 작용해 호흡억제를 일으키는 등 위험이 따른르기 때문에 폐렴환자에게는 신중히 투여해야 한다. 또 주사 후에는 경과를 살펴 안전함을 확인한 뒤 귀가조치해야 한다. 법원도 의사가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점을 인정해 1억2000만원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주사는 먹는 약보다 약효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있다. 환자들은 병원에 가면 당연히 주사를 맞는 것으로 생각한다. 주사를 안놓아주면 의사의 실력을 의심, 다른 병원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병원도 환자가 많아야 수익을 올릴 수 있으므로 이런 환자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악순환으로 우리나라는 ‘주사약 오남용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약효가 빠르면 그만큼 부작용도 빠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신현호(의료전문변호사) www.med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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