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로베르 라홍 출판사의 부켕(Bouquins)총서로 나온 이 책(불어명 ‘Recits d’amour et de chevalerie XII―XVe siecle’)은 중세의 황금기인 12세기부터 중세말 15세기 사이의 사랑을 주제로한 문학작품 12편을 수록했다. 저렴한 보급형으로 나온 것도 특징.
익명이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아홉편은 운문 형식 세편은 산문으로 쓰여진 이 단편들은 지금까지 필사본으로만 존재하고 한번도 간행되지 않았었다. 이 작품들은 현대 불어로도 이번에 처음 번역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번역은 보르도 대학의 중세 불문학 교수인 다니엘 레니에 볼러의 감수 아래 여러 중세 불문학 전문가들의 공역으로 이루어졌다. 기사도와 사랑을 주제로한 작품들을 선별하여놓은 1320쪽에 달하는 방대한 이 모음집은 4세기동안의 문학사 흐름 뿐 아니라 역사 사상 풍습의 변천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
고대 그리스 라틴 문학에서 영감을 얻은 두 작품 ‘피롬과 티스베’ ‘나르시스’를 제외하면 ‘이포메동’ ‘프와티에의 쥬프르와‘ 등 나머지 10편은 중세 작가들의 영원한 주제인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의 모험을 소재로 하고 있다.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한 중세는 사랑을 종교적인 우선 가치로 내세워 기사도 문학이라는 독특한 문학양식을 꽃피웠다. 작가들은 신과 왕에 대한 충성, 여자와 약자에의 봉사, 어려움과 장애물 앞에서의 굽힐 줄 모르는 용기, 그리고 변함없는 사랑을 기치로한 기사도 정신을 찬양했다.
그런데 이 기사도정신은 항상 모험을 통하여 실현되고 완성되는 것이었다. 모험은 악과의 싸움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고, 온갖 유혹과 고난을 극복함으로써 덕을 쌓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사랑은 모험에 의미를 주고 길을 밝혀주는 정신적 안내자였다. 죽음을 무릅쓰는 이 모험을 거친 후에야 기사들은 완전한 연인으로서 비로소 그를 기다리고 있는 여인의 사랑을 받을 자격을 얻게되는 것이다. 그러나 작품 내용을 보면 미지에의 욕망, 꿈, 경이로움, 기다림, 정열, 고통을 동반한 모험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실상 연인들의 만남과 사랑 장면은 무척 간결하다.
변덕스러운 감정 위에 세워져 작은 유혹에도 쉽게 무너져버리는 사랑, 얻기 쉬운 사랑, 감각 섹스 위주의 문학에 지루함과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 현대인들이 중세의 이 기사도적 사랑에 매료되는 것은 사랑과 모험에의 꿈을 일깨우기 때문일 것이다.
▼'12-15세기의 사랑과 기사도 이야기' /로베르 라홍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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