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현재 일본 최고의 맥주 회사인 아사히 맥주의 좌절과 성공 과정을 자세하면서도 재미있게 써 놓은 책이다.
5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했던 아사히 맥주는 기업 내 외부의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60년대 들어 기린 맥주에게 1위 자리를 내주게 된다. 특히 53년 33.5%에 달하던 시장점유율이 85년에는 9.6%까지 수직으로 추락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였다.
오랜 전통과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아사히 맥주가 이처럼 파산 위기에 직면한 이유로 저자는 두가지 요인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맥주시장의 구조적 변화이다.
5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의 맥주시장은 레스토랑, 요정 등 ‘업소용’ 시장이 주도했다. 그런데 60년대 들어 가정에 냉장고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맥주는 업소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급 음료에서 집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 음료로 탈바꿈하였다. 아사히 맥주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업소용 시장에 주력했던 반면 기린 맥주는 ‘가정용’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던 것이다.
둘째, 아사히 맥주는 전통적으로 기술자 중심의 제조 부문을 중시하고 나머지 영업, 관리 조직은 별도로 움직이는 경직된 기업 문화를 갖고 있었다. 이 같은 아사히의 전통은 60년대 이후 독일식 맥주 공법, 옥외 발효 저주(貯酒) 탱크, 알루미늄 캔, 미니 통맥주 등 일본 맥주업계 최초의 공법이나 용기(容器) 등을 끊임없이 개발하면서도 늘 후발 주자들에게 추월 당하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1982년부터 시작된 아사히 맥주의 재건 작업은 바로 이같은 전통을 파괴하는데서 출발하였다.
주류업계의 징크스, 즉 맛을 바꾸면 실패한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기술자가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맥주의 맛을 알아내기 위한 대대적인 소비자 조사가 실시되었다.
이러한 아사히의 변신 노력은 지금까지 ‘용기 경쟁’에 치중했던 맥주 시장의 게임의 룰을 단번에 ‘맛의 경쟁’으로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또한 소비자에게 아사히 맥주의 새로운 기업 이미지와 제품 특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백년간 애용했던 마크, 로고 등 지금까지 아사히를 상징하던 모든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기업 이미지 통합 작업을 진행하였다. 특히 그동안 각기 움직이던 제조, 영업, 관리 조직을 하나로 묶고 조직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제고시키기 위해 전사적 품질관리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단맛과 쓴맛을 동시에 갖춘 아사히 생맥주, 끈적거리지 않고 쓴맛을 내는 슈퍼드라이 맥주 등을 시장에서 연속적으로 히트시키면서 아사히 맥주는 90년대 다시 일본 최고의 맥주회사로 재기하는데 성공하였다. 영원한 강자도 패자도 없는 경쟁 시장에서 기업을 혁신시키려고 노력하는 경영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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