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산성서 고구려 생활유물 발굴

  • 입력 2000년 7월 24일 18시 34분


고구려인의 생활문화를 보여주는 6세기경 고구려 장구와 자(척·尺), 목간(木簡), 목제 염주알 등이 처음 출토됐다.

경기 하남시 춘궁동 이성산성(二聖山城)을 발굴 중인 한양대박물관(관장 배기동·裵基同)은 24일 산성안 저수지에서 이들 유물과 각종 토기 등 고구려 생활 유물을 발굴했다고 발표하고 유물을 공개했다.

발굴단은 유물들이 고구려 관직명(욕살·褥薩)이 쓰인 목간과 같은 층위에서 출토된 점으로 미루어 모두 고구려 유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유물은 고구려 악기인 요고(腰鼓). 장구의 원형인 요고는 전체 길이 42㎝, 양측면의 지름 16㎝이며 장구처럼 가운데 허리가 잘록하다. 가운데 잘록한 부분의 지름은 7㎝로 요즘의 것보다는 작다. 요고는 왼쪽은 채로 치고 오른쪽은 손바닥으로 쳐서 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요고는 고구려 문화뿐만 아니라 한국 음악사 연구에 중요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함께 출토된 자 역시 고구려 것으로는 처음 발굴됐으며 일부는 파손됐고 현재 남아있는 길이는 35㎝. 그동안 일본 학계는 “고구려의 자는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번 발굴로 일본의 주장을 뒤엎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욕살’이란 한자글씨 등이 쓰여진 목간도 처음 발굴된 고구려 목간이다. 이들 유물은 저수지의 습지에 묻혀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유물이 출토된 이성산성은 6세기경 한강유역을 놓고 삼국간에 쟁탈전은 벌인 지역. 그동안의 발굴에선 신라 유물이 주로 출토됐으나 이번 발굴로 발굴단은 이성산성이 고구려 성일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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