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이문열 평역 삼국지만 1200만권이 팔렸다. 30대 초반의 북 마니아 표정훈씨는 삼국지를 스무번 가까이 읽었다고 한다. 최근엔 김구용 번역 삼국지, 이재운 평역 삼국지에, 한 권짜리 ‘에센스 삼국지’도 나왔다.
D〓‘창천항로’란 만화 삼국지는 50만권을 돌파했다. 게임 삼국지의 인기도 대단하다. 업그레이드를 거듭해 얼마전 7판이 나왔다. 게임이 10년 가깝게 인기를 끈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B〓비디오 대여점에서는 중국 CCTV에서 만든 삼국지 비디오가 인기다. 비결은 뭘까.
D〓재미있기 때문에? 이 말은 너무나 당연해 이제 식상하다. 다른 식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C〓삼국지를 디지털시대에 대비되는 아날로그 텍스트로 보지 말아야 한다. 삼국지엔 디지털적인 요소가 숨어 있다. 텍스트와 독자의 인터랙티브가 가능하다. 복잡다기하고 다종다양한 인물과 상황은 누구나 삼국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A〓누구라도 소설 속 인물을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그것은 곧 주체와 객체의 동일시가 아닐까.
D〓그렇다. 게임 삼국지는 그 대표적인 예다. 디지털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삼국지 문화상품이다. 주체와 객체의 합일만이 아니다. 디지털 삼국지와 아날로그 삼국지의 교류도 가능하다.
B〓무슨 말인가.
D〓게임을 해본 사람은 좀더 재미있게 게임을 하기 위해 아날로그 소설을 읽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B〓게임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내가 역사의 주인공이 된다는 해석이 매력적이다. 특히 게임에서는 소설의 스토리를 뒤집어 역사를 새로 쓸 수도 있다는 말인데…. 사회문화적 철학적으로 그 배경을 찾아볼 수는 없는가.
C〓역사관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개인의 영웅사 중심에서 벗어나려는 포스트모던 사상,포스트모던 역사관과도 맥을 같이 한다.
A〓가장 고전적인 소설 삼국지가 가장 포스트모던한 장르로 재해석된다니, 흥미롭다.
B〓게임 말고 새로운 장르 개발은 가능하겠는가. 가령, 영상시대의 총아라는 영화같은 경우는.
C〓중국에서 영화로 나온 적은 있다.
D〓그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다.
C〓그러나 싱겁다. 삼국지 영화가 우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은 그 장대한 전투가 1,2분으로 끝나고 말기 때문이다.
A〓삼국지는 그 방대함 때문에 근본적으로 영화에 맞지 않는 것 아닐까.
C〓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영화로 가능하다. 인터넷 영화 같은 것이다. 그러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대목만 골라서 볼 수 있다.
B〓과연 제작이 가능할는지.
C〓엄청난 비용이 들겠지만 가능하다. 경제성도 있다고 본다.
B〓디지털시대 삼국지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들린다. 그럼, 형식의 변화에 걸맞는 새로운 내용, 즉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A〓얼마전 한 여성이 “영원한 악인이나 영원한 의인이 없는 것이 삼국지의 매력”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여기에 주목해보자.
C〓이분법적으로 보면 유비는 선, 조조는 악이었다. 그러나 이분법을 벗어나면 선악의 대립은 무너진다. 절대 선, 절대 악은 없다. 그래서 조조가 다시 부각된 것 아닌가.
D〓그래서 삼국지가 끊임없이 재해석될 수 있다.
B〓간웅(奸雄)으로만 여겨져온 조조를 새롭게 해석한 연구서들이 최근들어 본격적으로 출판되고 있다. 아주 새롭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쨌든 요즘의 경향임에는 틀림없다.
D〓요즘 인기인 만화 ‘창천항로’도 조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삼국지를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실제로 삼국지는 누구편을 들어도 재미가 있다. 유비를 좋아하는 사람도 실제로는 조조처럼 살아갈 수 있으니.
A〓최근 국내에 번역되어 나온 ‘후흑열전(厚黑列傳)’이라는 책도 눈여겨 볼 만하다. 유비를 얼굴이 가장 두꺼운(厚) 인물, 가장 뻔뻔스러운 인물로 보고 있지 않은가. 툭하면 울고 다니고 자신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고생시키고 투항하고 결탁하고, 그리고 끝내 항복하고….
C〓조조의 부각은 일종의 뒤집어보기, 그러니까 이분법의 해체다. 포스트모더니즘 탈(脫)중심 다원화 넘나들기 등 요즘의 문화사적 흐름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B〓얘기를 하다보니 디지털 삼국지, 프스토모던 삼국지를 한 번 더 읽고 싶어진다.
A〓해체하는 김에 삼국지를 둘러싼 신화까지 해체해 볼 수는 없을까. 검증되지 않은 신화가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삼국지가 정말로 처세나 논술시험에 도움이 되는지.
<정리〓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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