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伏(삼복)더위에 누구나 입맛이 떨어지고 나른해진다. 자연히 일에 대한 의욕도 저하되어 만사가 귀찮고 짜증스럽게만 느껴진다. 지나친 더위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럴 때 전래의 더위 퇴치 비법을 들춰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대체로 식욕이 떨어진 데는 益母草(익모초)가 특효였다. 여성, 특히 산모에게 좋다고 하여 이름도 益母라고 했다. 짙푸른 익모초 잎을 절구에 빻아 즙을 내면 간장같이 검은 액이 나온다. 보기에도 정나미가 떨어지고 그 엄청난 쓴맛에 입을 대기가 두렵지만 그래도 쓴맛 때문에 입맛이 확 돌아오게 되어 있다.
以熱治熱(이열치열)의 방법도 있다.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서 상대적으로 더위를 잊자는 방법인데 다 알다시피 뜨거운 보신탕이나 삼계탕을 먹으면서 땀을 흠뻑 흘림으로써 더위를 이기는 것이다. 그 반대인 以寒治熱(이한치열), 즉 시원한 냉면이나 냉콩국, 花菜(화채)를 먹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방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인삼, 대추, 밤, 찹쌀에 한약재를 넣어 고아 뜨겁게 먹으면 더위를 물리치고 원기를 회복할 수 있다. 이 역시 以熱治熱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오래 전부터 민간에서 애용해 왔던 방법이다.
우리 조상들은 청량음료를 만들어 마시며 더위를 잊기도 했다. 민간보다는 궁중에서 성행했는데 이 그것이다. 지금이야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청량음료가 나와 있지만 옛날에는 귀했다. 더위가 시작되면 궁중의 內醫院은 바빠진다. 을 만들기 위해서다. 재료로 소화제 성분의 砂仁(사인·縮砂W의 씨앗), 白檀香, 烏梅肉(오매육· 매실의 껍질을 벗겨낸 뒤 짚불 연기로 검게 그스른 烏梅의 과육), 草果 등을 곱게 빻아 가루로 만들어 꿀에 버무려 끓였다가 냉수에 타서 마셨다. 시원한 맛과 향긋한 냄새가 그만이었다.
은 일찌감치 단오부터 만들어 두고 여름 내내 마셨는데 東醫寶鑑(동의보감)에서도 더위를 물리치고 갈증을 풀어준다고 그 효능을 말하고 있다. 현대판 청량음료인 셈이다. 우리 조상들이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생활의 지혜를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가까운 동네 슈퍼마켓에만 가도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것이 청량음료다.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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