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 적성면 어유지리에서 백합을 재배해 수출하는 김기태(金基泰·41)씨 부부는 요즘 오전8시부터 자정까지 하루 16시간을 한증막같은 온실 속에서 보낸다.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수출 주문이 밀려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만 일본의 바이어 4명이 직접 농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전북 김제시 만경읍 몽산리 만경화훼영농조합 대표 박종기(朴鍾基·39)씨도 8월 중순 납품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박씨는 “세계에서 제일 까다로운 일본 시장을 개척한 만큼 세계 어디든 진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국산 꽃’이 세계를 누비고 있다. 특히 아시아 최대 꽃시장인 일본에서 한국은 ‘꽃 수출대국’인 네덜란드를 제치는 이변을 일으켰다. 장기 수송이 가능한 선인장의 경우에는 세계시장의 70%를 장악했다.
▽세계로 향하는 한국산 꽃〓일본 시장에서 한국산 장미는 점유율 44%, 백합은 41%로 네덜란드와 뉴질랜드를 추월해 1위를 굳혔다. 최근에는 국화 수출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상반기 일본에 대한 국화 수출액은 23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9000달러에 비해 3809%의 비약적 성장 신화를 만들어 냈다. 이에 따라 5월말 대만(30.8%) 네덜란드(29%)에 뒤져 있던 국화시장 점유율(22.2%)도 조만간 1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농업 전문가들은 “금년은 한국이 네덜란드를 제치고 아시아의 화훼 강국으로 등장하는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성공의 조건〓구미원예수출공사 박금용부장은 “우리나라는 일조시간이 풍부해 같은 품종이라도 색이 깊고 아름답다”며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수송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는 이점도 있다”고 분석한다. 서울∼도쿄간 화훼 수송비는 ㎏당 1150원으로 네덜란드∼도쿄간 1800원에 비해 36% 이상 싸다.
대외적으로는 △일본의 화훼 농민들이 고령화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졌고 △중국의 화훼 기술은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낙관할 수만은 없다〓자체 개발한 종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적지않은 로열티를 외국에 지불해야 한다. 희귀 품종인 카랑코에 미니국화를 재배하는 농원의 경우 화분 1개당 30원에 육박하는 로열티를 네덜란드 피이에스사에 지불한다. 판매 수익 180원의 15%를 넘는 금액이다.
국화를 수출하는 경기 고양시 토화농원 이훈기씨(44)는 “네덜란드가 동북아 시장을 겨냥해 중국에 대규모 온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자체 품종 개발과 원가 절감, 유통비용 축소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