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이수경씨(28·뉴스컴)는 베트남 음식점 포호아 단골. 뜨거운 쌀국수 국물을 들이켜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진다.
20, 30대의 여름별미가 달라졌다. 삼계탕이나 보신탕 등 보양식은 진부하고 냉면 역시 물렸다. 요즘 뜨고 있는 여름 별미집을 소개한다.》
◇#1 고향의 맛
김상호씨가 즐겨 찾는 곳은 서초구 서초동 법원 동문 건너편 명동칼국수(02―593―8961). 점심때면 얼음 섞인 냉메밀 콩국수(4500원)로 더위를 식히려는 직장인들로 북적댄다. 물을 끓여 사용하고 콩이 완전히 익기 전 단계까지만 삶아 더 고소하다고 주방장 한범종씨는 들려준다.
중구 명동 툇마루집(02―777―1529)은 구수한 된장에 열무와 상추를 듬뿍 얹어주는 열무보리밥(4500원)이 인기. 시골 툇마루처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되직하게 비벼먹는 맛이 꿀맛이다.
북한이 고향이 아니더라도 중구 무교동 리북손만두(02―752―9425)의 얼음이 둥둥 뜬 김치말이밥(4500원)은 여름별미로 다가온다. 물김치를 담가 두었다가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식힌 뒤 육수와 섞은 국물에 밥을 말아 참기름을 동동 띄워 먹는다. 이 곳에서 조금 떨어진 남포면옥(02―777―2269)의 여름철 인기 메뉴는 동치미냉면(5500원). 가장 잘 익은 동치미 국물과 쇠고기육수로 맛을 내 시원하면서도 담백하다.
◇#2 이국적인 맛
더운 나라 사람들은 여름을 어떻게 날까. 맵싸하고 알싸한 멕시코 음식, 베트남 음식으로 열기를 잡아보자.
패밀리레스토랑 마르쉐 역삼점(02―508―0231)에선 지난달말부터 ‘할라피뇨(멕시칸 고추)’소스가 들어간 매콤한 멕시코 음식 화지타(1만7900∼2만900원)와 퀘사디아(9000∼1만원)를 내놓았다. 화지타는 옥수수가루를 밀전병처럼 납작하게 구운 토르티야에 야채와 그릴에서 지글지글 구운 쇠고기 치킨 새우 등을 싸서 먹는 전통음식. 퀘사디아는 토르티야에 양상추와 닭가슴살을 넣어 통째 굽는다.
칠리스는 멕시코 음식 영향을 많이 받은 미국 남서부음식을 간판메뉴로 내놓는 집. 최근 문을 연 강남점(02―567―7278)에서 화지타(1만8900∼2만1400원)를 맛보거나 멕시코 술 데킬라를 넣어 만든 칵테일 마가리타를 들이켜도 시원하다.
◇# 뜨거운 것이 좋아
“멕시코 음식도 매콤해 맛있지만 베트남 음식은 정말 향과 맛이 너무 강해 거역할 수 없어요. 날씨가 더우면 더욱 당기지요. 강한 향과 뜨거운 열이 몸 속의 땀을 빼준다잖아요.”(이수경씨)
포호아 신사점(02―542―5025)에선 뜨거운 육수에 얇은 쌀국수와 고기 및 야채를 넣은 포타이(6000∼7500원)가 줄을 서서 기다려 먹어야 할 만큼 인기. 포타이 이촌점(02―798―3133) 역시 쌀국수(6000원)로 더위를 식히려는 손님들로 만원이다. 오영민 점장은 “베트남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이 많이 찾는다”며 “뜨거운 국물을 훌훌 불면서 먹는 모습이 우리와 닮았다”고 귀띔.
<김진경기자>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