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호현찬 前영진공사장 '한국영화100년' 펴내

  • 입력 2000년 7월 30일 19시 49분


“한국영화는 가시밭길같은 온갖 역경과 시대의 파고를 넘어 오늘에 이르렀다. 한국영화사는 한마디로 한(恨)의 역사이자 저항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최근 ‘한국영화 100년’(문학사상사)을 펴낸 호현찬 전 영화진흥공사 사장(75)은 한국영화 한세기를 이렇게 정리했다. 평생 영화와 더불어 살다시피했다는 호씨는 “한국영화의 역사를 총정리해 한국영화를 부흥시킬 수 있는 기틀을 제공하고 싶어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고희를 넘겼음에도 한국영화사를 저술한 것은 한국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이다.

1954년 신문사 문화부기자로 영화와 인연을 맺은 호씨는 10년간 영화담당기자로 활동한 뒤 60년대 중반에는 영화제작자로 변신해 ‘갯마을’ ‘만추’ 등 6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그는 이어 공연윤리위원, 각종 영화제 심사위원, 한국영상자료원 이사장을 거쳐 97년 영화진흥공사 사장에서 물러날 때까지 50년 가까이 영화 쪽에서 활동한 한국영화의 산증인이다.

호씨의 ‘한국영화 100년’은 전형적인 ‘아나로그형’ 서술형식을 취하고 있다. 연대순으로 영화제작 편수와 특징적인 영화, 영화계의 주요 사건과 자료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디지털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작품이나 감독 중심으로 영화사를 정리하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 제도 등 시대상황과 영화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영화사를 기술했다. 특히 45년 해방이전 영화는 필름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자료가 부족해 역사기술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초의 한국영화에 대한 논란이 학계에서 계속 되고 있으나 호씨는 1919년 제작된 ‘의리적 구토’를 첫 한국영화로 꼽았다. 그럼에도 호씨는 1900년대 말에 영화가 처음 전래된 것을 기준으로 잡아 책제목을 ‘한국영화 100년’이라고 붙였다.

호씨는 “한국영화는 아직도 자본부족, 기술부족, 유통구조 미비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진단하고 “한국영화를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한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한다”고 후배 영화인들에게 주문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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