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퍼? 싫어, 랩퍼!'
“나와 내 친구 얘기 그대로지 뭐예요. 그리고 재미있어요. 아줌마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토해내면서도 즐거움을 줄 수 있다니….”
친구와 함께 대학로 소극장 ‘오늘·한강·마녀’에서 뮤지컬 ‘밥퍼? 랩퍼!’공연을 관람한 이은숙씨(42·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는 “공감이 간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사 남편을 뒀지만 결혼생활이 공허하기만 한 미애, 떠난 남자를 그리워하며 낭만적 사랑을 갈구하는 이혼녀 경애, 인류와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386세대 예리, 그리고 엄마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집을 나간 아들 때문에 골치를 썩는 혜자.
다른 모습인 듯하지만 바로 이 시대 주부들을 대변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혜자를 돕기 위해 여성전용클럽을 운영하던 이들은 당국의 단속으로 문을 닫게 되자 새 사업으로 랩과 힙합 축제를 기획한다.
아줌마들이 벌이는 축제는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이를 통해 각자는 삶의 주인으로 다시 돌아온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한다.
9월3일까지. 일반 1만5000원, 학생 1만원.
여성문화예술기획 이혜경 대표는 “무겁고 심각했던 여성주의 연극에서 벗어나 지극히 상업적인 뮤지컬이란 장르로 신나게 춤추며 여성문제를 랩으로 소화하려 했다”며 “뮤지컬을 보며 시원함을 느끼는 주부들을 보면 기쁘다”고 말했다.
◆셸 위 살사댄스
“페미니즘요? 중요하지요. 그러나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여자들이 함께 춤이라도 추면서….”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if)의 황금희 편집장은 뜻밖에도 ‘필라댄스’를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건축가 정기용의 작품으로 지하에 김민기의 학전소극장이 있는 무애빌딩 1∼5층을 ‘점령’하고 있는 ‘필라댄스’는 재즈음악과 살사댄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특히 4층 살사클럽 플로어에선 토요일 오후 7시 살사댄스 정기강습이 이뤄진다. 수강료는 1만원. 음료수 값 3000원으로 분위기만 즐길 수도 있다.
여성 대상 강습 레이디스쿨은 금요일 오후 7시부터 시작되는데 4주 과정에 4만원. 아이와 팥빙수를 먹을 수 있는 키오스크가 1층에, 가족모임에 좋은 라운지가 5층에 있다.
◆달콤한 재즈선율에 젖어
그래도 무대에 설 자신이 없다는 주부가 있다면? 아이와 함께 ‘밥퍼? 랩퍼!’ 공연을 관람한 뒤 스포츠바 ‘시카고’에 들러보자.
아이가 포켓볼에 흥미를 보이면 슬쩍 어깨를 밀어주고. 함께 스티커사진기 앞에 앉거나 팝송이나 가요를 신청해 들어도 즐겁다. 라이브 재즈카페 ‘천년동안도’의 주고객은 20대. 그러나 프로그램에 따라 30대 이상이 찾아오기도 한다. 야외로 연결된 테라스에서의 ‘서머타임’은 운치 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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