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신화, 그 영원한…' 선사시대 암각화 복원 전시

  • 입력 2000년 8월 1일 18시 39분


한국 미술의 기원과 원형은 과연 무엇일까. 예술의전당과 울산시가 공동으로 마련한 ‘신화, 그 영원한 생명의 노래’에 그 해답이 들어있다. 9월10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미술관.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울산시 울주군 대곡리 암각화(국보 285호)의 실측복원도와 두동면 천전리(국보 147호) 암각화의 탁본. 대곡리 암각화는 한국미술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선사시대(신석기∼철기초기) 걸작품이다.

15×3.5m 크기의 바위에 고래 사슴 멧돼지 거북 호랑이 등 다양한 동물과 사냥 어로 장면이 가득하다. 고래 60마리를 포함, 250여마리의 동물 암각은 선사시대인들의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소망을 형상화한 것으로 그들의 일상과 종교 미의식을 생생하게 담아 내고 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50여마리의 동물을 추가로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현장접근이 어렵고 일년에 평균 9개월은 물에 잠겨있는 암각화를 실물에 가깝게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주술과 생활’ 코너에서는 암각화를 비롯해 토우(흙인형), 귀면와, 잡상, 부적 등을, ‘이승과 저승의 매개자’ 코너에선 상여 장식물, 무덤 부장품이었던 오리형 토기 등을 전시한다.

‘신의 다양한 모습’ 코너는 고구려 고분벽화 사신도(복제품)와 십이지신상, 무신도 등을 선보이고 있다. 북한문물보존총국에서 실물 모사한 평양 강서대묘의 청룡도 현무도 등 고구려 고분 벽화가 특히 눈여겨 볼만하다.

무덤에 부장해 망자(亡者)의 영생과 살아있는 사람의 다산을 기원했던 신라 토우도 신라인의 삶과 죽음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흥미로운 전시품이다.

높이 250㎝의 대형 남근석 등 다소 에로틱한 유물도 심심찮게 섞여 있어 부모들의 ‘지혜로운 설명’이 요구된다.

8월17, 18일엔 예술의전당 문화사랑방에서 암각화 발견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가 열리고 매주 토요일 미술관 지하 영상실에선 전시 특강이 마련된다.

예술의전당 전시예술감독 정형민교수(서울대 동양화과)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익숙하지만 정작 우리나라 신화에는 무관심한 우리의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한국의 신화와 그 의미는 연 무엇인지, 또 우리의 신화는 한국미술에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입장료 성인 4000원, 초중고생 2500원. 02―580―1300.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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