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폰타나 (53)가 손을 들어 스피커를 가리켜보이자 바닷속에서 포말이 이는 듯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이어 철썩∼ 파도소리 같은 것이 귀에 부딛쳐 왔다. 철봉을 두드리는 것과 같은 낮은 금속음, 북소리처럼 둔중한 타격음에 따라 파도소리가 아치 이쪽에서 저쪽으로 흘러와 멀어져갔다. 창을 열고 달리던 화물차 기사가 파도소리에 놀란 듯 창밖을 내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열파로 가득찼던 다리 위가 순식간에 산호색 바다빛 음향으로 가득 차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1일 낮 경남 통영시 중심부와 미륵도를 연결하는 통영대교 위에서 첫선을 보인 음향설치예술가 폰타나의 작업 공개현장이다.
“나의 작업은 구조물의 아름다움을 소리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친숙한 공간과 건물에 소리를 입혀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것이 목표죠.”
폰타나의 작업은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작업의 대상이 되는 구조물을 살펴본 뒤 이미지에 맞는 자연과 인공의 음향을 채집한다. 80채널의 오디오 믹서로 음향을 합성하고 리듬과 질서를 부여, 최대 수십 개에 이르는 스피커로 재생한다. 스피커는 구조물 이곳저곳에 부착되며, 눈에 잘 뜨이지 않지만 구태어 숨기지도 않는다.
그의 작업은 세계 곳곳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94년에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50주년을 맞아 프랑스 파리 개선문에 스피커를 장착하고 노르망디 해변의 파도소리와 갈매기 소리를 합성시켜 재생했다. 그는 ‘도심 한복판의 생생한 자연음이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인공과 자연, 시간과 공간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감각을 전달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의 작업은 얼핏 독일 베를린 제국의사당 등을 천으로 감싸(wrapping)며 인공 구조물과 자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설치미술가 크리스토의 작업을 음향화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2000년 새로운 예술의 해 추진위원회가 초청해 이루어진 이번 행사 (공식 명칭은 ‘사운드브리지’)에 아쉬움도 없지 않다. 그가 예전 작업에서 ‘인터랙티비티’(상호성)을 중시, 두 공간의 자연음을 서로 이어놓거나 자연음을 실시간 증폭해서 전달했던 반면 통영에서는 모든 음향이 사전 제작된 80분의 프로그램에 따르고 있고, 음향의 ‘소재’도 통영에서 채집된 것이 없다는 점. 그러나 그는 “현장에 와보니 모든 조건이 상상한 바와 같으며, 다리가 생각보다 큰 점을 제외하면 준비한 음향의 효과가 잘 나타나고 있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한국의 분단상황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북한의 구조물과 남한의 구조물을 마이크와 스피커로 연결, 현장의 소리를 교환하는 인터랙티브 음향설치예술을 한번 실현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통영대교의 ‘사운드 브리지’는 8월 한달동안 계속되며 새로운 미감의 음향을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들려준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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