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까지는 재벌이나 정치인 등 극소수만이 이들 외국 병원을 찾았지만 3, 4년 전부터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미국 병원을 찾는 ‘한국 환자’가 확산되고 있다.
고려대의대 암연구소 이경일(李暻日)교수는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지난 한해 동안 최소 1만여명이 미국에서 진료받고 1조원 정도를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대부분의 미국 유명병원에서는 한국인 통역을 두고 있고 일부 병원에서는 한국인 환자 담당 매니저까지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본사 취재팀의 확인 결과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병원에는 지난해의 경우 한달에 20∼30명씩, 한해 동안 300명 정도가 한국에서 신병치료차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지역명이 생소한 로체스터의 메이요클리닉에도 지난해 50명 정도 다녀갔다.
한인타운이 형성돼 있는 로스앤젤레스 지역에는 1년에 1000여명이나 미국병원을 찾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곳에는 병원 예약도 하지 않고 무작정 미국행을 감행한 뒤 신병치료에 적당한 병원을 한인 의사에게 물어 찾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 굿사마리탄병원 소속 의사이면서 한인타운에 사무실이 있는 심장내과 전문의 김정문(金正文·42)박사는 3, 4년 전부터 한국에서 환자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로스앤젤레스에만 1000여명이 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도 한국의 의사파업 사태 이후 미국 병원을 이용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무작정 미국에 와서 헤매다 자신을 찾은 환자 10여명을 굿사마리탄병원 수술팀에 소개했다고 밝혔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