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신간]한용환 '산타루치아에서 돌아보다'

  • 입력 2000년 8월 4일 19시 07분


‘풍경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다가 그는 깨달았다. 자신은 이미 이 세계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 이 눈부신 세계는 광장에서 소리지르고 박수도 쳐대고 있는 젊은 그들의 것이었다. 그것은 너무 생생한 자각이었다. (…)그날 그는 그녀에게 마지막의 편지를 썼다.’

동국대 국어교육과 교수 한용환의 ‘산타루치아역에서 돌아보다’(민미디어)는 세계의 활기와 생명력으로부터 소외된 한 중년의 소설. ‘누군가가 심장을 통째로 들어내간 것 같은’ 허무감으로 앓고 있는 한 사내의 이야기이자, 20년의 나이차이를 잊은 늦사랑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준호는 ‘꿈이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라 꿈이 좌절된 결과’였던 결혼생활을 그런대로 평탄하게 유지하고 있는 대학교수. 소설가로서의 입신과 글쓰기의 열망을 잊고 살던 그의 앞에 대기업 사보기자 미혜가 나타나고, 헤어나지 못할 사랑의 열정에서 도피하듯 준호는 교환교수로 파리행 비행기를 타지만…. 책 사이사이에 80년대 학생운동권의 독선적 행동에 대한 고발이 선뜻 눈을 붙들고, 작품 말미부분에 띄워진 막스 자코브의 짧은 시가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그 소녀의 하얀 팔이/내 지평선 모두였다’

▼산타루치아역에서 돌아보다' / 한용환/ 민미디어▼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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