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는 우주(宇宙)의 어머니로 불린다. 산의 신 우라누스도 바다의 신 오세아누스도 다 그녀의 소생이다. 영어의 지질, 지리를 뜻하는 Geo의 어원이 바로 이 Gaia이다.
1979년 영국의 제임스 러브락에 의해 가이아이론이 발표된 이후 과학계는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다. 생물 미생물을 포함한 지구생태계 전체가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지구유기체론은 수사학의 차원을 넘어 지구는 살아 있다는 말과 통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해일이 일고, 화산이 폭발하는 현상이 지구의 신진대사란 관점이 그것이다. 이렇듯 생물과 무생물, 육지와 바다, 선진국과 후진국, 현재의 행동과 미래의 결과는 상호 불가분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는 확대된 가이아이론이 새천년 들어, 지구과학자인 노먼 마이어스에 의해 경제계에 침투를 시작한다.
수많은 저술을 통해 지구환경문제의 긴박성과 통찰력있는 메시지를 보내던 저자는 애당초 기업을 환경의 적(敵)쯤으로 취급해 왔었다. 그러던 그가 가이아의 이론에 세뇌당한 것일까. 아니면 기업의 실체를 다시 본 것일까. 180도 색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21세기 지구나 인류, 경제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정 현명한 기업이 그리고 기업가가 존재해야 한다는 쉽고도 어려운 숙제를 던져 준다. 결국 그는 기업이 자연을 정복하는 것보다 사랑으로 감싸야하는 이유와 해법을 제시한다.
지구환경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경고는 이젠 누구에게도 새롭지 않은 일상사로 받아들여진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끌어 갈 능력과 책임은 정치가나 운동가의 몫이 아닌 기업가의 역할임을 저자는 인정하고 있다. 기업을 손 볼 대상 1호에서 구애 대상 1호로 화려하게 변신시킨 것이다.
이 책에서는 21세기의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 기업이 가져야 할 4가지 가이아의 원칙을 설정하고 있다. 첫째는 기업은 사회 및 자연적 환경과 상호의존 한다는 자각이요, 둘째는 최대화보다는 최적화의 원리를 이해해야 하며, 셋째는 자연자본의 잠식보다는 자연의 소득을 활용하고, 넷째는 버림이 없는 순환형 생산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책의 가치는 생태학자의 고담준론에 그치지 않았다는데 있다. 가이아의 원칙에 순응하는 기업의 노력과 성공을 실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20년간 8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가져온 미국 ‘3M’사의 사례, 사회적 책임의 확대가 기업을 성공시킨 영국 ‘Body Shop’, 그외에도 수많은 실제 성공사례 제시 등….
20Kg의 TV와 카페트의 효용은 과연 무엇인가? TV는 드라마 ‘허준’이나 프로야구 등 시청일 것이고, 카페트는 보온성이나 실내 분위기일 것이다.
이는 자원고갈의 도전에 부딪치는 21세기 기업에 커다란 시사점을 준다. 바로 제품이 아닌 서비스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자연과의 조화는 초등학생의 글짓기에도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그 실천과 성공이 기업에서 나오기는 이제 시작일 따름이다. 21세기의 기업은 쇳덩이의 기계로 상징되지 않고 주변과 조화된 나무 모습이어야 한다. 기계는 배울 줄 모르지만 나무는 배울 줄도 알고 주변의 변화에 자신을 조절할 줄 아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황 진 택(삼성지구환경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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