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는 중국의 서안(과거의 장안)에서 난주 돈황을 거쳐 중앙아시아 5개국(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키스탄)과 카프카즈, 이란 북부 지역을 통과하여 소아시아의 이스탄불과 유럽에 이르는 길이다.
신라의 혜초가 이 길을 통해 인도를 다녀와 '왕오천축국전'을 썼으며 당나라 현장도 바로 이 길로 서역을 다녀온 후 '대당서역기'를 썼다. 당시 융성했던 오아시스 도시는 모래 바다 속에 파묻혔고 오랫동안 인류사속에 잊혀졌다.
그러나 20세기 초반부터 1930년 중국이 유물 반출을 금지할 때까지 스웨덴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러시아 등 서양 열강과 일본의 탐험가들은 실크로드에 묻혀 있던 수많은 유물을 빼내갔다. 그것이 약탈이었는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물의 효과적인 보존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저자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 책은 영국 최고의 권위지인 더 타임스에서 아시아 전문기자로 20년간 활동해온 피터 홉커크가 현지를 두루 섭렵하며 취재한 자료를 바탕으로 1980년 내놓은 책의 재판(1989년, 옥스퍼드대 출판부)을 번역한 것이다. 역자 김영종씨 또한 실크로드를 직접 답사한 경험을 갖고 있어 마구잡이 번역책과는 다른 깊이를 갖고 있다. 초판은 영국 도서상 논픽션부문상을 받은 바 있다.
중앙아시아 탐험사를 정리한 최초의 책이란 점에서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
스웨덴의 스벤 헤딘, 영국의 오렐 스타인, 독일의 알베르트 폰 르콕, 프랑스의 폴 펠리오, 미국의 랭던 워너, 일본의 오타니 고즈이 등 유물 발굴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6명의 인물 이야기를 발굴에 얽힌 일화를 중심으로 흥미있게 전개하고 있다.
조헌주<동아일보 국제부기자>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