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남성 듀엣이 등장했다. 최근 ‘보이스 메일’을 발표하고 인기몰이에 나선 ‘유엔(UN)’이 그들. 이들은 “듀엣의 필요충분조건인 보컬 하모니와 파워넘치는 댄스로 걸그룹 바람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UN’은 ‘유나이티드 N’으로 N세대의 연합이라는 뜻. 그만큼 N세대가 지닌 가치관과 주장을 노래에 담겠다는 것이다. 머릿곡 ‘보이스 메일’은 음성 사서함. N세대가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음성 사서함을 이용하는 것을 포착한 아이디어다. 이들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목소리만으로 서로 의사를 소통하는 행위는 N세대의 자유분방함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UN’은 다소 빠른 리듬을 가진 리듬앤블루스로 남성 듀엣이 채택하기 쉽지 않은 장르다. 이런 장르는 부드러운 선율감과 빠른 템포를 적절히 소화해내야하기 때문. ‘UN’은 “두 멤버의 서로 상반된 개성을 통해 그런 걱정을 불식시켰다”고 말했다.
‘UN’의 멤버는 부드러운 이미지의 김정훈(20)과 강렬한 힘을 내세우는 최정원(19). 그룹내 역할은 김정훈은 여성적이고 최정훈이 남성적인 셈이다.
김정훈은 진주 동명고를 나와 서울대 치의예과 2년에 휴학중이다. 그는 “듀엣은 수학으로 친다면 한 멤버가 소리를 미분(잘게 나눔)하고 또다른 멤버가 적분(모음)하는 것”이라며 멤버간의 조화를 강조한다. 최정원은 경기대 다중매체학과 재학중으로 1999년 여름 그룹 ‘브론즈’의 보컬로 활동했다. ‘UN’은 이번 음반에서 ‘보이스 메일’외 낭만적 분위기의 ‘휴식’, 멤버간 절제된 보컬 하모니가 돋보이는 ‘유 아 더 원’, 록분위기의 터프한 보컬을 앞세운 발라드 ‘가’로 폭넓은 재능을 과시하고 있다.
<허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