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단란주점을 경영하고 있는 백모씨(36)는 6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영업을 하면서 단속을 두려워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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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정보 90% 미리 입수▼
백씨가 설명하는 ‘단속이 두렵지 않은 이유’는 바로 ‘유착’ 때문. 그는 “경찰서, 구청, 업주 모두 긴밀하게 연결돼있으며 이 관계가 제대로 유지되는 한 단속을 당할 염려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장담했다.
백씨가 밝힌 상납금액은 한달에 120만원. 구청 위생과 직원 및 경찰서와 관할 파출소에 각각 30만원씩 돌아가고 나머지 30만원은 ‘비상금’이다. 불시에 찾아오는 단속반원들에게 건네 줄 돈이라는 것.
최근에는 단속직원들의 비리를 막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합동단속을 실시하는 구청이 적지 않다. 시민들이 단속반에 포함되기 때문에 단속반원들이 업주들에게 돈을 받을 수 없게 됐고 이 때문에 유착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 각 구청의 주장.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백씨는 코웃음을 쳤다.
“딱 보면 시민―구청 합동단속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어요. 그런데 어느 업주가 눈치 없이 그런 자리에서 돈을 줍니까? 그리고 꼭 단속하러 나온 날 돈을 줘야 하는게 아니잖아요. 사실 그 사람들이 돈 받으러 오는 날은 다 따로 정해져 있어요. 보통 매달 말일 경에 오는데 가끔 동료 직원들과 같이 와서 술을 마시기도 합니다. 물론 돈은 안내죠.”
백씨는 “이 바닥에서 일하면 서로 다 친해진다. 그런 친분이 없으면 절대 장사 못한다”고 말한다.
상납의 대가로 백씨가 얻는 것은 단속에 대한 정보. 백씨는 “적어도 내가 일하는 지역에서는 단속하는 날짜와 시간 등이 90% 이상 미리 입수된다”고 말한다. 백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단속은 업주들에게 매달 몇 번씩 있는 형식적인 통과의례일 뿐인 셈이다. 백씨는 자신이 영업하는 지역은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신문에 지역이 공개되면 해당 구청에 비상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것.
▼'친분' 없으면 장사 못해▼
서울 강북지역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는 전모씨(40)는 “단속직원과 업주는 사실상 한 가족”이라고 표현한다.
“룸살롱은 무허가 영업과 미짜(미성년자의 속어) 고용 두 가지가 주로 단속 대상입니다. 이 두 가지가 모두 담당 공무원들은 훤히 꿰뚫어 보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그들이 묵인해주지 않으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죠.”
전씨는 “서울 중구 북창동처럼 업소들이 모여있는 곳에 단속이 뜨는 날 한번 가보시라. 그 근처 다방과 오락실에 미짜들이 득실득실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리 단속 정보를 입수한 업주들이 단속일에는 미성년자를 업소 밖으로 피신시키기 때문에 갈 곳 없어진 이들이 시간을 때우기 위해 다방과 오락실에 몰려든다는 설명이다.
자신은 미성년자를 고용하지 않는다는 전씨. 하지만 그 이유는 단속 때문이 아니다.
“단속은 하나도 안 무서운데 진짜 겁나는 건 경쟁 업소가 신고를 해버리는 거죠. 신고를 112로 하기 때문에 신고 내용이 기록에 남아 경찰도 어쩔 수 없이 단속을 해야 합니다. 이럴 때는 친분이고 뭐고 소용이 없어요.”
전씨는 또 관공서가 발표하는 단속 숫자에도 허수(虛數)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어느 정도 건수를 맞춰야 하는 단속 공무원들이 친분이 있는 업주들과 합의해 가벼운 처벌만 내린다는 설명이다.
▼"제도바꿔 유착없다" 반박▼
업주들의 이같은 실토에 대해 단속 담당자들은 유착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서울시 위생과의 한 관계자는 “원래 업주들은 의도적으로 공무원과 유착됐다고 떠들고 다닌다. 소문을 냄으로써 공무원들에게 흠집을 내 단속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며 “1년 단위로 위생과 직원을 교체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이 많이 이뤄져 유착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반박했다.
<이완배·최호원기자>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