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반 해병캠프]"온가족이 자신감 얻었어요"

  • 입력 2000년 8월 8일 18시 37분


“무적해병대, 무적해병대….”

“목소리가 그것밖에 안됩니까?”

8일 오전 11시 경기 김포시 해병대 유격훈련장. ‘해병 캠프’ 31기 가족반에 참가한 김재우씨(42·회사원·서울 중랑구 중화동)와 아내 윤영옥씨(38), 아들 대한군(14·서울 장안중3년), 민국군(11·서울 장안중 1년) 등 가족 4명과 김씨의 조카 유아름양(17·경기 남양주시 동화고 2년)은 쏟아지는 장대비에 아랑곳없이 유격체조를 하고 있었다. 대한군과 민국군은 소매가 손목 아래로 한참 더 내려오는 엉성한 군복차림.

특히 민국군은 허리를 한 번 감고도 반 바퀴나 더 돌아가는 군용벨트에 조금만 움직여도 뒷머리로 넘어가는 철모를 쓰고 있어 안쓰러웠다.

김씨 가족은 있는 힘을 다해 구호를 외치지만 교관은 작다고 다그친다. 체조를 시작한 지 1시간 반쯤 지나자 온몸이 진흙과 비와 땀으로 뒤범벅된다.

전날 입소해 4박5일간의 해병대 병영체험 프로그램에 지원한 김씨 가족의 고달픈 둘째 날 병영체험은 이렇게 시작됐다.

대한군과 민국군은 7일 해병대에 입소할 때만 해도 쉴 새 없이 재잘대는 ‘장난꾸러기’였으나 ‘군기’가 바짝 드는 데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누가 이빨을 보입니까?”

교육대장 김학록상사(47)의 위협적인 바리톤 음성이 훈련장에 낮게 깔릴 때마다 PT체조를 하는 김씨 가족의 ‘몰골’은 안쓰러울 정도로 망가져갔다.

선머슴처럼 까불대던 유아름양은 11m 높이의 한 줄 로프에 몸을 매달고 뛰어내리는 헬기 래펠타기에서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눈을 감고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유양은 “살도 빼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해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는데 헬기 래펠타기는 번지점프를 능가하는 스릴을 느끼게 한다”며 “해병대 캠프가 이렇게 무섭고 힘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 가족은 잠깐씩 주어지는 휴식시간에도 대부분 입을 열지 못한 채 망연자실 철모를 껴안고 주저앉을 뿐이었다.

군인도 탈진하기 쉬운 무더위에 김씨 가족이 이처럼 고달픈 유격훈련을 지원한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김씨는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을 얻기 위한 모험을 이번 여름에 한번 해보자고 가족 간에 합의했다”며 “피서 대신 해병대에서 더위를 이겨내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에는 외줄타기와 두줄타기 등 정규훈련에 못지 않은 고강도 훈련도 받았다. 이들은 또 해병대측에서 마련한 ‘가족에게 편지쓰기’ 시간을 통해 평소 서로 못다한 많은 얘기를 편지를 통해 주고받기도 했다. 민국군은 “혹독한 훈련을 통해 가족 간에 정이 더욱 깊어지고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을 맞아 ‘해병캠프’를 개최해오고 있는 해병대는 올해 처음으로 가족캠프를 마련했으며 여기에는 김씨 가족을 포함해 모두 열일곱 가족이 참가하고 있다.

<김포〓박정규기자> 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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