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長官(장관)

  • 입력 2000년 8월 10일 18시 42분


突―갑자기 돌 變―변할 변 斷―끊을 단 佐―도울 좌 衙―관청 아 短―짧을 단

말은 하나의 有機體(유기체)와 같아 생명을 지니고 살아 움직인다. 그래서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다가도 때가 되면 사라지게 된다. 그 계기가 되는 것이 현실적인 필요성이다. 필요에 따라 생겨나 크게 사용되다가도 필요가 없게 되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일단 사라지면 문헌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뿐 일반인은 알 수 없는 죽은 말이 되고 만다. 그래서 말은 늘 현실과 함께 호흡하면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언어의 現在性이다.

말을 구성하는 用語도 마찬가지다. 生老病死(생로병사)를 거듭하며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기도 한다. 원래 모습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突然變異(돌연변이)가 돼 전혀 다르게 바뀐 경우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經濟는 經國濟民(경국제민)의 준말로 본래는 정치적인 용어였다. 文化 역시 文治敎化(왕이 文德으로 백성을 다스리며 계도함)의 준말로 일종의 政治용어였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용어의 둔갑은 때로 종잡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長官’이란 용어도 이와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자신의 上官이나 기관의 長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國務(국무)를 맡아보는 행정 각 部의 으뜸가는 벼슬로, 國務委員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자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각기 部長, 相(大臣)으로 칭하고 있다. 북한도 相으로 부른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행정 각 部의 수장을 가리키는 말은 시대에 따라 달랐다. 멀리 신라시대에는 令이라 했지만 백제는 佐平(좌평)이라 했다. 고려시대에 오면 尙書라고 불렀다가 몽골 침략 후에는 判書(판서)로 고쳐 불렀다. 조선시대에도 六曹(吏 戶 禮 兵 刑 工)를 설치해 여섯명의 判書를 두었다. 지금의 次官은 參判이라 했다. 다시 조선 말기 고종 때 統理機務衙門(통리기무아문)을 개편하면서 大臣으로 바꿨으며 상하이(上海) 임시정부 시절에는 總長이라 했다.

지금처럼 중앙부처의 長을 長官으로 부르게 된 것은 1948년 정부수립 이후다. 장관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長官을 교체하는 改閣이 있었다. 그동안 長官의 지나친 短命이 지적되곤 했다. 長官의 잦은 교체는 행정의 일관성을 해친다는 말도 있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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